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약국 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사 박모 씨는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정작 공급처에서는 다음달 초에나 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날 문을 연지 두 시간 만에 마스크를 사러 온 10여 명이 빈손을 돌아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앞 약국 8곳과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가 있는 약국은 2곳에 불과했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발표 이틀째인 27일에도 ‘마스크 대란’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었고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여전히 많았다. 정부는 당초 약국과 농협, 우체국 등에서 이르면 27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이들 기관 가운데 마스크를 온전히 구할 수 있는 곳은 이날 하나도 없었다.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정부는 “28일부터는 마스크 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러 서울 종로구의 우체국을 찾았던 윤모 씨(68)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출근길에 일찍 나와 기다렸는데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대문구의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한 직원은 “영업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화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제가 받은 전화만 50통이 넘는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어김없이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에서는 오전 4시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스트코가 한 가족 당 마스크 한 상자(24개입)를 판매한다고 해 전국 매장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정모 씨(29)는 “4시 40분경 도착했는데 대기번호표 97번을 받았다. 5시 반 전에 이미 대기 순번이 끝나버려 그냥 돌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도 개점과 동시에 마스크가 동나는 등 사정은 비슷했다.
혼란이 커지자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수급불안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 마스크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사과했다. 또 판매가격에 대해서는 “생산자에게 구입한 매입 단가에서 운송비 등이 부가된 수준으로 책정돼 현재 시중가보다는 저렴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다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1만여 개 약국을 통해 28일부터 정부가 확보한 공적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수도권 외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28일부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27일 오후부터 우정사업본부와 농협을 통해 일부 물량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공영홈쇼핑(케이블채널 20번 또는 21번)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에서도 매일 27만 장을 판매한다.
하지만 실제로 28일부터 소비자들이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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