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귀농청년 5명 “지속가능한 시골살이 꿈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7년전 사회적 협동조합 ‘청풍’ 설립… 동네여행상품 클라우드펀딩 추진
공유 상점 열어 특별 전시회 진행… 지역 내 자생력 키우기에 안간힘

지난해 말 강화군청 맞은편에 문을 연 공유 상점 ‘진달래섬’에서 청년협동조합 ‘청풍’의 유명상 대표(오른쪽)와 새내기 청년들이 첫 기획전 ‘강화 시골가게’를 마련했다. 작은 사진은 진달래섬의 전시공간. 청년협동조합 청풍 제공
지난해 말 강화군청 맞은편에 문을 연 공유 상점 ‘진달래섬’에서 청년협동조합 ‘청풍’의 유명상 대표(오른쪽)와 새내기 청년들이 첫 기획전 ‘강화 시골가게’를 마련했다. 작은 사진은 진달래섬의 전시공간. 청년협동조합 청풍 제공
‘잠시, 섬: 바다 바라보기-고양이랑 이야기하기-성당 가기-멍하니 길 걷기-동네 가게 놀러가기-온전히 나에게 집중해 보는 시간.’

인천 강화도에서 활동하는 청년 5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 ‘청풍’이 잠시 섬에 머무르고 싶은 도시인들을 모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에 이런 내용의 자막을 달아놓았다. 강화도에서 3∼7일 정도 쉬고 싶은 도시 청년들을 모아 동네를 안내해주고, 이들의 여행 흔적을 엽서와 기념품으로 제작해주기로 했다.

여행 코스는 100년 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장화리 낙조, 강화 고인돌, 마니산 참성단, 강화팔경에 속한 연미정, 풍물시장 오일장 등이다. 도시 청년들의 여행 장면을 소재로 일러스트 엽서와 포켓북, 마그넷, 금속 배지를 만들기로 했다. 기념품 디자인과 그림 도안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팀이 도맡기로 했다.

2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한 달간 진행하는 클라우드펀딩 SNS인 ‘텀블벅’을 통해 이미 여행 참가자 11명을 모집했고, 엽서와 기념품 제작에 필요한 80만 원을 펀딩받고 있다. 1인당 펀딩액은 단순 후원 1000원에서부터 8000∼9만1000원으로 다양하다. 모금액에 따라 기념품의 종류와 개수를 달리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모금 개시 일주일이 지난 현재 목표액의 약 30%를 달성했다.

청풍은 강화도에서 자립적인 문화경제 기반을 만들어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귀촌 청년’ 5명이 2013년에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청년 조합원들은 강화군청과 가까운 읍내에 6인실 2개와 2인실 1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과 커뮤니티 팝 레스토랑 ‘스트롱파이어’(강화를 영어 ‘strong+fire’로 풀이해 붙인 이름)를 운영하면서 지역 축제, 공연, 포럼과 같은 문화기획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화도 주민들과 함께 독립영화를 여러 편 제작해 2018년 ‘강화 작은영화관’에서 상영하는가 하면 사진작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사진첩을 시리즈로 펴내고 있다.

이들이 처음 발간한 강화소창을 소재로 한 ‘무녕’이란 사진집은 서은미 사진작가가 1년간 기록한 강화도 대표 면직물인 소창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생산하는 노부부의 삶을 담고 있다. 청풍은 클라우드펀딩으로 무녕 출판 비용을 모았고 전시회도 이어지도록 협업했다. 청풍과 서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강화도 특산품인 화문석과 순무, 쑥에 대한 책 발간 및 전시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청풍은 강화지역 핫플레이스인 ‘조양방직 카페’로 들어가는 길목에 강화여행 기념품 상점인 ‘진달래섬’을 지난해 12월 개업했다. 조합원 중 강화도 온수리 출신이라 ‘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경미 씨(29)가 지난해 강화도 대안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청년 3명과 함께 이 상점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식당 자리였던 21m²의 작은 공간을 ‘공유 상점’으로 변신시켰다. 강화지역 상점이나 가내수공업 공장과 연계해 소창, 화문석, 쑥차와 같은 강화 특산품을 판매하면서 동네 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다.

진달래섬은 상품 상설매장과 기획 전시공간 등 2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공간에서는 강화 명소 8곳을 기획 소개하는 ‘강화 시골가게’전이 다음 달 29일까지 열린다. 시골에 사는 청년들이 자기만의 가치와 방식으로 꾸려가고 있는 빵집 ‘벨팡’, 온수리 북스테이인 ‘책방 시점’, 옛 수직기와 족답기로 무명천을 짜고 있는 ‘연순직물’ 등 8곳의 특징을 포착한 포스터, 사진, 대표 상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유명상 청풍 대표(36)는 “7년 전 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화덕피자집을 열면서 정착했던 만큼 청년세대와 함께 강화도에서의 삶을 이어갈 방법을 열린 마음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사회적 협동조합#청풍#동네여행상품#지역 자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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