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 의혹 연예기획사 관계자 검찰에 송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17시 15분


2016년 3월 15일 촬영된 A연예기획사 사무실의 컴퓨터 화면. 화면 왼쪽으로 투표 조작에 사용된 많은 계정이 보인다.
2016년 3월 15일 촬영된 A연예기획사 사무실의 컴퓨터 화면. 화면 왼쪽으로 투표 조작에 사용된 많은 계정이 보인다.
경찰이 케이블채널 엠넷의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차명 ID로 투표 결과를 조작한 연예기획사 고위 관계자를 검찰에 넘겼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프로듀스 101’에 관여한 A 연예기획사의 대표 B 씨와 간부 C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동아일보가 ‘차명 ID하루 1400개씩 받아 밤새워 조작투표(2019년 10월 18일 A12면)’를 보도하며 알려진 조작 의혹은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과 A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6년 3월 B, C 씨는 기획사 직원과 매니저, 연습생 등을 불러 모은 뒤 프로듀스101 출연자에게 투표하는데 필요한 ID와 비밀번호를 정리한 자료를 나눠줬다. B 씨 등은 차명 ID를 이용해 A사 소속 연습생 2명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투표에 쓰인 ID는 한 사람당 평균 1400개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 10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최종 11명의 데뷔 가수를 선발했다. 당시 실제로 A사의 연습생 2명 가운데 1명이 최종 11명에 뽑혔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 8명을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4명을 추가로 송치하며 ‘프로듀스’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프로듀스X101’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 약 7개월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찰의 ‘프로듀스 투표 조작’ 수사가 방송국과 기획사의 유착 비리를 드러내 ‘공정 사회’라는 시대적 요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기대한 ‘공정’이 무너지며 실망감이 컸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어떻게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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