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암 인근에 700㎡ 인공섬 조성… 흙과 개흙으로 메워 밀물때도 보호
조류학자들, 저어새 귀환 고대
인천 중구 영종도 갯벌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조류들의 낙원이다. 저어새 서식지 보호를 위해 조성되고 있는 수하암 인근의 인공섬. 영종환경연합 제공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영종대교와 가까운 인천 중구 영종도 갯벌의 수하암은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지다. 저어새들은 매년 300∼400마리씩 무리를 지어 수하암을 찾았으나 주변에서의 준설토 매립공사, 들쥐 공격 등으로 2018년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난해 200마리 정도의 저어새가 다시 날아와 새끼 55마리가량을 부화했다. 조류학자가 이들 새끼 중 지난해 5월 말경 탄생한 한 마리의 발목과 등에 이름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달아주었다.
이 새끼는 지난해 9월까지 수하암과 인근의 예단포, 신도, 송산에서 비행연습을 하며 체력을 키운 뒤 경기 평택∼전북 군산을 지나 새만금 갯벌에서 잠시 머물렀다.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9시경 새만금을 출발해 전남 구례∼경남 통영∼쓰시마섬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까지 6시간을 논스톱으로 비행했다. 며칠 뒤 후쿠오카∼구마모토 간 7시간 비행한 경로까지 확인됐으나 이후 GPS 장치와 교신되지 않고 있다.
이 새끼 저어새의 월동 경로를 추적해온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58)는 이달 말경부터 본격화될 저어새들의 영종도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망원경 관찰을 통해 구마모토까지 날아갔던 새끼 저어새 발목에 달아놓은 이름과 번호표를 확인할 수 있을지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올해엔 특히 영종도에서는 저어새를 위한 희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수하암과 그리 멀지 않은 강화도 방향의 갯벌 한가운데 700m² 규모의 인공섬이 마련되고 있다. 2018년 수하암에서 저어새가 사라지자 홍 대표와 조류학자의 항의로 인천해양항만청이 저어새 서식지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인공섬 공사를 시작해 이번 주 중 완공할 예정이다. 밀물 때에도 물에 잠기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돌을 거의 다 쌓았고 돌 사이로 저어새 발목이 빠지지 않도록 흙과 개흙으로 메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홍 대표는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들어서는 영종도 미단시티와 가까운 수하암은 길이 70m, 폭 25m에 불과한 작은 갯바위여서 밀물 때 알을 보호하기 위해 저어새들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며 “인공섬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서식 환경을 갖췄으나 저어새가 많이 찾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수하암 주변의 광활한 갯벌에는 세계적으로 3000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저어새 이 외 법정보호종인 알락꼬리도요새, 큰고니, 흰꼬리수리 등이 날아들고 있다. 홍 대표는 1일 오전엔 순백색의 큰고니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천연기념물인 콘고니가 매년 한두 마리에 불과했는데 올해엔 새끼를 포함해 26마리가 영종도를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눈에 잘 띄지 않던 멸종위기종 맹금류인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육지와 가까운 영종도 갯벌을 선회하는 장면을 목격해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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