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020년 전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 목표를 m³당 2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으로 정했다. 지난해 연평균 농도(23μg)보다 13% 낮은 수준이다.대기질을 개선하려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초미세먼지의 생성과 이동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수다. 최근 이를 위한 초미세먼지 입체 관측의 틀이 마련됐다. 지상은 물론 해상, 상공, 우주에서 다각도로 초미세먼지를 측정하고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유입 실시간 측정
지난달 27일,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이 충남 태안반도 서해상에 위치한 격렬비열도를 찾았다. 전날 설치한 대기오염측정장비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을 포함해 서해상 도서지역 8곳, 서해·남해·동해 항만지역 15곳과 해경 선박 35척에 대기오염측정소를 설치하고 있다. 북한 접경지역 5곳에도 설치 중이다. 기존 측정장비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경계에 68개의 국외 유입 초미세먼지 측정망이 구축되는 것이다.
대기오염측정장비들은 설치 이후 3개월간 시범운영한 뒤 실시간으로 측정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국외 대기오염측정망이 구축되면 해상·섬·육지로 이어지는 경로별 미세먼지의 이동과 농도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지금까지 초미세먼지의 국외 유입 영향에 대해선 모델링(오염물질의 이동 경로를 모의 계산하는 방식) 중심으로 논의됐다”며 “국경 지역 실측 데이터가 쌓이면 국제 협상에서 활용할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격렬비열도는 충남 최서단에 위치한 데다 중국 산둥반도와의 거리가 268km로 가까워서 초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올 경우 충남보다 먼저 농도가 올라가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바다를 순찰하는 해경 대형함정에 설치된 측정장비로 바다 위 농도를 측정하고, 항만 측정소 및 내륙에 있는 680개 측정소의 데이터들을 종합해 분석하면 초미세먼지의 이동 경로와 농도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 지상→하늘→우주로… 측정 다각화
대기 흐름은 지상뿐 아니라 높은 상공에서도 수시로 변한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는 저기압일 땐 상승기류를 타고 땅에서 위로 올라가고, 고기압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지상 농도가 높아진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의 오염물질들도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이를 추적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3월 중형항공기를 들여와 서해상 백령도부터 목포까지 비행하며 항공관측을 하고 있다. 400∼1000m 상공을 비행하며 대기 흐름에 따라 어떤 특정 오염물질이 증가하는지, 어떤 기상 상황에서 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지 등을 분석한다. 지금까지 이 항공기를 활용해 140여 시간을 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측정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발사에 성공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는 내년부터 초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오염물질들의 관측 자료를 보내올 예정이다. 위성에 실린 환경탑재체 ‘GEMS’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북부와 몽골 남부까지 동아시아 26개국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20여 가지의 발생 지점과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우리나라 상공에 머물기 때문에 낮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대기 흐름을 관측할 수 있다. 정지궤도에서 미세먼지와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추적하는 환경위성을 보유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지난해 12월 개소한 미세먼지정보센터가 총괄 관리한다. 미세먼지정보센터는 배출량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수집, 분석, 관리해 미세먼지 종합관리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 및 정책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상과 해상, 상공과 우주에서 다각도로 관측한 데이터들을 교집합해 맞추면 미세먼지 정보의 질이 훨씬 정교해질 것”이라며 “국내 측정이 더 촘촘해지는 동시에 국외 측정 범위는 더 광범위해지는 만큼 미세먼지 예보나 대응도 더 정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