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교인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회장은 “사죄한다”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두 번이나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여 분간의 기자회견을 마무리할 무렵 장내가 다소 어수선해지자 “질서가 없으면 난장판이 돼서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회견장을 떠날 때는 오른손 엄지를 들어보였다. 신천지 대구교회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온 지난달 18일 이후 이 총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 기자회견이 처음이다. 이 총회장은 회색 정장에 노란색 타이 차림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자회견에 나섰다.
2일 오후 이 총회장은 신천지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모든 국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왔다”며 “31번 (환자와) 관련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고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다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정부에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변변치 못한 사람이 제대로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 정부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준 데 대해 고맙다. 정부에도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 뒤 엎드려 절했다.
신천지 교인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이후 정부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교회 폐쇄를 원인의 하나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총회장은 “모임도 장소도 다 폐쇄됐다. 사람이 있어야 일도 하고 활동도 하는데 전부 막혀 있어 협조를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이 총회장은 “이런 일들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잘못된 것도 우리 자신들이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두고 ‘신천지가 급성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마귀가 일으킨 짓’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엔 설명하지 않았다.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적으로 검사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총회장은) 고위험군으로 확인이 필요해 검체 채취를 결정했으니 채취에 협조하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총회장 측은 지난달 29일 가평군에 있는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음성으로 판정받았다며 경기도의 검사 요구를 거부했다. 가평군은 이 총회장이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확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가평군보건소 직원들이 이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연수원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신천지 관계자들이 막아 채취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날 오후 9시 10분경 경기 과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다시 받았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는 검사 대상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로 검체 채취 등을 한다. 이 지사는 이 총회장이 과천보건소로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검체 채취를 위해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역학조사관 등과 신천지연수원을 찾았다가 되돌아갔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신천지연수원 안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기도가 이를 허락하지 않아 연수원 정문 앞에서 열렸다. 경기도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천지연수원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폐쇄 명령을 내리고 이곳에서의 집회도 금지했다. 경기도는 연수원 정문 바로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면 안 된다고 했다가 취재진이 많이 몰리자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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