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궁지에 몰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대중 앞에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다. 이 총회장이 신도들에게 정부에 적극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신천지의 태도변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총회장은 지난 2일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그는 두 차례 큰절을 하고 수차례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이 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최선을 다해서 정부의 계획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도들을 향해선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성도가 됩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총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전수조사 및 시설폐쇄 조치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신천지는 교인명단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의혹 등을 받아왔다. 교단 총수가 직접 나서 전달한 메시지인 만큼 교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등 떠밀리듯’ 사죄의 메시지를 내놓음에 따라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여론도 높다. 구체적 협조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부 사안에 대해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이 총회장은 늑장 입장발표와 관련해선 “교회가 폐쇄돼 일할 사람이 없다”며 “전부 다 막혀 손발이 없어 협조를 못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회피성 발언을 내놨다. 또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음성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매년 10월 독감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면서 감염병 자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가평 연수원에 칩거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 “27일날 왔다”고 답했다가, 동석한 신천지 관계자가 ‘17일로 하라’고 종용하자 날짜를 다시 17일로 정정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있기도 하고 어디에 갔다오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을 흐렸다.
이어 ‘영생불사라고 생각하느냐’ 등 이단 의혹을 캐묻는 질문이 나오자 옆에서 보좌하던 교인이 “(답변)안 하셔도 된다”고 적극적으로 이 총회장 발언을 제지했다. 이 총회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교단으로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회자는 “코로나19 관련된 질문만 하라”고 관련 질문을 원천 봉쇄했다.
더 나아가 이 총회장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려 하자 사회자는 “총회장님은 마치시고 실무진들이 질문을 받겠다”며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무리지었다. 이 총회장이 이석한 후 이어진 실무진 질의응답에서 신천지 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