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직원도 확진…방역 최전선서 흔들리는 대구 보건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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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보건소는 2일 하루 전면 폐쇄됐다. 전날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던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기 때문이다. 이 간호사는 남구 보건소 의료진에서 발생한 2번째 확진자다. 간호사는 “격무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보건소에는 방역소독이 진행됐고 간호사와 함께 근무하던 의료진, 직원 등 129명에겐 검사가 실시됐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남구는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곳이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3일 현재 8개 보건소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의료진과 직원은 서구 33명, 남구 12명, 동구 4명, 달서구 3명, 중구 2명 등 모두 54명이다. 보건소는 주민이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방문자가 몰리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 일부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아 다른 의료 기관으로 옮겨졌고 함께 근무하던 의료진은 자가 격리되기도 했다.

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지난달 24일에도 소속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의료진들이 일정 기간 격리됐다. 보건당국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료진 42명을 급파했다. 3일 기준 남구의 확진자는 1075명으로 대구 전체 확진자의 약 30%다. 검사를 위해 하루 300명 이상이 보건소를 찾는다. 또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검체 검사를 해야 한다. 대구의 다른 보건소와 비교해도 업무량이 많은 편이다.

대구 서구 보건소도 지난달 23일 감염예방 업무를 총괄하던 팀장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함께 일하던 직원 4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할 의료진과 직원만 33명이었다. 의료진 공백은 업무 차질로 이어졌고 급기야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례도 나왔다. 한 70대 여성은 지난달 25일 서구 보건소를 찾았지만 대기 인원이 많아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후 고열 증세를 보여 다시 보건소를 찾았지만 신천지 교인이 아니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어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새벽에 병원 응급실에 옮겨졌지만 1시간 만에 숨졌다. 이 여성의 딸은 “다른 가족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를 찾았는데 여전히 보건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의료진의 업무 과다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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