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강 연기하고 수업일수 감축…등록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4일 14시 02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면서  텅 빈 강의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면서 텅 빈 강의실. © News1
“대학 수업일수가 줄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면 등록금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 대학이 개강을 2주 연기하고 개강 뒤에도 일정기간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학가가 긴장하고 있다.

4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강 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게시된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청원글은 이날 오전 4만5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2020년도 1학기 개강은 사실상 3월30일이 됐다. 개강 연기로 대부분 대학은 종강을 1~2주 단축해 기존 16주 수업을 14~15주로 단축했다“라며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등록금 인하는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기존보다 질적으로 강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로 이에 대해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대학이 개강을 연기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 재택수업을 실시한다고 해서 ‘등록금 반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등록금은 학생이 ‘학교를 그만둘 때’만 반환한다. 학생이 군 입대 등으로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입학을 포기해도 대학은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도 무조건 등록금 전액을 환불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징수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개강 날짜가 아니라 학기 개시일이다. 학기 개시일은 학칙으로 다르게 정하지 않는 한 3월1일이다.

휴학하거나 자퇴해도 학기 개시일부터 30일까지는 등록금의 6분의 5를 돌려준다. 60일까지는 등록금의 3분의 2, 90일까지는 2분의 1을 반환한다. 90일이 지나면 이미 받은 등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 학기 개시일 전일 때만 등록금 전액을 반환한다.

개강을 연기하고 수업일수를 1~2주 감축하는 것도 등록금 반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연간 수업일수를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대학이 대개 한 학기에 15~16주 수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재지변이나 교육과정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가 생기면 연간 2주까지는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일수를 감축하더라도 ‘1학점당 15시간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학점당 이수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은 3학점짜리 과목이면 1주일에 3시간씩 15주를 수업해 ‘학점당 15시간 이상’인 이수시간을 맞추고 있다. 중간에 휴업이나 휴강을 하게 되면 보강을 해서 학점당 15시간 이수시간을 맞춰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하며 교육부가 주중 아침·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을 활용한 보강뿐 아니라 원격수업을 적극 활용하라고 한 것도 1학점당 15시간 이상인 이수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강을 연기하면서 대학에 따라 학사일정을 순연할 수도 있고 ‘종강일’은 그대로 두고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도 있지만 등록금은 수업일수를 비롯한 ‘날짜’와는 상관 없이 학점당 15시간을 충족하면 된다“라며 ”학점당 15시간 이상으로 이수시간을 맞추고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대학이 온라인 수업도 하고 보강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일수 감축이 등록금 반환 대상은 아니지만 대학가는 혹시라도 ‘등록금 일부 반환’ 목소리가 확대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은 2009년부터 12년째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학부모는 대학 등록금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점당 이수시간을 지키면 개강 연기나 수업일수 감축, 온라인 수업이 등록금 반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면 정부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염려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게 되면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도 ”온라인 강의는 강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인하로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특히 실험실습 과목에서 수업 부실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과목도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은 우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등교하면 실습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최악의 경우 종강 이후라도 실습을 할 수 있게 학과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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