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도 기념촬영도 없이 떠난 조희대 대법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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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엄중” 끝내 사양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눈(雪)을 퍼서 우물을 채우는 것처럼 정의와 화합의 샘물이 넘쳐흐르는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길 소망한다.”

3일 퇴임한 조희대 대법관(63·사법연수원 13기·사진)은 준비했던 퇴임사에 이런 구절을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대법관 취임식 때 썼던 문장을 다시 인용하며 6년 전을 되돌아본 것이다. 하지만 조 대법관의 퇴임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 대법관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퇴임식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간소하게라도 퇴임식을 열자고 3차례나 요청했지만 끝내 사양했다고 한다. 동료 대법관들은 “후배 법관들이 볼 수 있도록 퇴임사를 법원 내부망에라도 남겨 달라”고 했는데 조 대법관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3일 오전 10시 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11층 대접견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대화하며 6년간 대법관으로 근무한 소회를 얘기하고 인사를 나눴다. 오전 11시경 동료 대법관, 재판연구관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법원을 떠났는데 기념 촬영도 하지 않았다.

조 대법관은 퇴임 하루 전 소부 선고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에는 소부 선고를 하지 않지만 조 대법관이 “맡은 사건 중 끝낼 수 있는 건 끝내고 가고 싶다”고 해 이례적으로 선고를 했다고 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대법관은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조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 대법관 후임인 노태악 대법관(58·사법연수원 16기)은 4일 취임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조희대 대법관#퇴임#미스터 소수의견#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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