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유통업체의 최근 마스크 수급 작업은 ‘게릴라전’을 방불케 한다. 각 매장에 법인카드를 지급해 인근에서 최대한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기까지 했다. 본사 총무팀도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번번이 돌아오는 답은 ‘납품 불가’다.
#2. 위생을 중시하는 B프랜차이즈 업체에게 마스크는 애초부터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꾸준히 거래해 온 거래처마저도 마스크를 납품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납품량을 꾸준히 줄이더니 이제는 아예 ‘대량납품 불가’를 통보한 것. 급기야 B업체는 점주들에게 마스크 발주를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의 여파가 기업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치킨·커피·햄버거 등 프랜차이즈는 물론 택배업체들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개인들과는 달리 기업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기존에 거래해 왔던 경우가 많고 대량으로 구매하는 탓에 납품업체들이 우선적으로 공급해 준 덕분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45일 이상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마스크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공적 공급 확대로 예전처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격을 올려준다고 해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초반 ‘공급 거점’ 편의점 등 유통업계…“직원 사용할 것도 없어요”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스크 대란을 가장 절감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전 매장 직원 마스크 착용 방침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지난 28일 정부가 공적 판매처에서 편의점을 제외된 후 본격적인 ‘수급난’에 빠졌다.
A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매일) 점당 20개 남짓의 마스크가 들어갔는데 공적판매처로 물량이 몰리면서 현재는 4분의1로 줄어들었다”며 “아르바이트 근로자까지 공급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임직원들과 대구지역 매장부터 우선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B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 관계자 역시 “내부직원보다 고객에게 공급하는 게 우선”이라며 “고객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직원들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안 좋게 보일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공적 판매가 확대되고 원자재 부족으로 문을 닫는 마스크 공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납품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비용은 둘째 치고 아예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물량을 공급받는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마스크가 다 매진됐다는 말들만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마스크 구매 비용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 등 종사자가 3만여명이나 되는데, 이들에게 지급할 마스크 물량을 수급하기가 쉽지가 않다”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수급을 할 수 있는대로 하는데, (택배기사들이) 아예 못 받았다고 불만을 얘기하면 저희도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와 고급호텔 등은 초기 확보 물량이 많아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공적판매 제도가 강화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 될 경우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손소독제나 방역 물품, 식료품 등은 지원하고 있지만 마스크는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이제 재고가 떨어지고 있어 현금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사무실에 박스로 비치해 필요한 직원들이 양심껏 가져가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 개인이 자체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여유로운 편”이라면서도 “수량이 한계가 있으니 공적판매가 강화, 장기화되면 수급은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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