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코로나19 여름 종식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 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 기상산업연합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비교적 코로나19 확산을 잘 통제하고 있던 국내에서도 신천지발 감염 사례가 전국적으로 터지며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부 유입을 막아야 할 1단계를 넘어 2단계인 지역사회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추이에 대한 전망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코로나19 여름 종식론’이다.

이 같은 주장은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언급한 실험과 함께 빠르게 확산 중이다. 최 교수는 “기온 4도, 습도 20%에서 바이러스는 물체 표면에서 5∼20일 생존하는데, 실험 조건을 기온 20도, 습도 40%로 올리면 바이러스 생존력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여름 종식론을 언급했다. 같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로 2003년 겨울부터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이듬해 여름인 7월에 종식됐다는 사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여론 또한 모처럼 나온 희망적 관측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에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해 옷이나 마스크에 뜨거운 바람을 쐬어주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생활 팁까지 돌았지만 거짓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여름 종식에 앞서 봄철을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콩대 퀸메리병원 미생물학과 연구팀이 2011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사스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조건은 기온 22∼25도, 습도 40∼50%라고 한다. 이 실험 역시 기온 38도, 습도 95% 이상으로 조건을 높이면 바이러스가 급격히 소멸돼 여름 종식론에 힘을 실어줬지만 가장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살펴보면 절정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준다.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가 동일한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싱가포르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현지 기온은 한낮에 31도까지 오르지만 확진자 수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전문가의 의견조차 분분한 상황에서 특정 의견을 믿기보다는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지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또한 실내는 되도록 환기를 자주 시켜 바이러스가 실내 공기 중에 남아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는 주로 비말(침방울)이나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지지만 특정 환경에서는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격언에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격언 속 내용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바이러스 종식에 나설 때다. 하늘을 보는 것은 그다음에 할 일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 기상산업연합회장
#코로나19#지역사회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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