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사면 금요일까지 버텨야”… 이번엔 약국 앞 장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3시 00분


‘마스크 요일제’ 9일부터 시행

시민들은 약국으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 
9일부터 시행되는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미리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이날 서울 곳곳의 약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민들은 약국으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 9일부터 시행되는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미리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이날 서울 곳곳의 약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다음 주 금요일까지 어떻게 버티라고….”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 앞에서 줄 서 기다리던 김정만 씨(45)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약국 직원이 “오늘 들여놓은 마스크는 다 팔렸다”고 알린 뒤였다. 김 씨 뒤로도 60여 명이 더 줄을 서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내일자 예약번호라도 주면 안 되느냐”고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 씨는 다음 주에는 금요일인 13일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월요일인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출생연도 마지막 숫자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이라면 월요일에, 2, 7이면 화요일에 1인당 2장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 김 씨는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도 일주일째”라며 “주말 동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을 앞둔 6일 서울 곳곳의 약국 앞에선 길게 늘어선 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80대 노인도, 유치원생 자녀의 손을 잡은 30대 여성도 줄을 서 기다렸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는 15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약국 직원이 건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대기하던 시민들이 “마스크 떨어졌나봐”라며 웅성거렸다. 지팡이를 짚고 약국 건물 벽에 기대 선 김진오 씨(82)는 “그동안은 며느리가 마스크를 사다 줬는데 이젠 자기 쓸 마스크밖에 못 산다고 하더라”며 “내 마스크를 구하러 직접 나왔다”고 했다. 줄 선 시민들이 “신분증을 두고 왔다. 자리 좀 맡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약국이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100명 넘는 직장인이 몰렸다. 이 약국은 50명분에 해당하는 마스크 100장을 준비했는데 15분 만에 동났다. 이번 주말까지는 약국에서 1인당 2장을 살 수 있다. 이 약국의 약사와 직원 4명은 시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이날 다른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기록이 없는 사람에게만 2장씩 판매하고 있었다. 왕모 씨(27)는 “10평도 안 되는 약국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다가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약사와 직원들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동안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서울 당산동의 한 약국에선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온 10명이 약을 사지 못하고 돌아갔다. 세종시의 한 약사는 “마스크 관련 문의가 너무 많아 전화 코드를 한동안 뽑아두고, 문 2개 중 하나를 닫아뒀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전인 6∼8일 사흘간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잘못 안내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에선 마스크 2장을 구입한 시민이 “주말에도 마스크를 더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하루에 2장씩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6일부터 3일 동안 살 수 있는 전체 마스크 수량이 2장이다.

고도예 yea@donga.com·신지환 / 세종=남건우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마스크 대란#마스크 5부제#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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