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수중城 ‘장군도성’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여수시 남산공원 앞 해협에 위치
수면위로 돌로 쌓은 모습 드러나… 여수 밤바다 풍광과 어우러져 장관
“왜구의 배 통행 막는 역할했을 것”

전남 여수시 중앙동 1번지인 장군도는 돌산대교 밑에 자리한 무인도다. 한때 대(竹)섬으로 불렸던 이 무인도는 수중성이 축조된 이후 장군도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중앙동 1번지인 장군도는 돌산대교 밑에 자리한 무인도다. 한때 대(竹)섬으로 불렸던 이 무인도는 수중성이 축조된 이후 장군도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제공
국내 유일한 수중(水中)성인 전남 여수시 장군도성(將軍島城)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수산부는 이달의 무인도서로 여수시 장군도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해수부는 2017년 8월부터 달마다 전국 무인도 2878개 중 1개씩 이달의 무인도서로 선정해왔다.

여수시 중앙동 산1번지인 장군도는 면적이 1만7851m²로 작은 섬이다. 여수 밤바다 야경의 중심을 이루는 돌산대교 밑에 자리한 장군도는 봄이 되면 벚꽃이 만발한다. 한 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여수 밤바다 야경과 어우러진 장군도 풍광을 보러 온다.

장군도는 여수시 남산동 남산공원과 돌산읍 돌산공원 사이 폭 400여 m 해협 중앙에 있다. 장군도 주변 물살은 시속 3.7∼5.5km로 빠르다. 밀물 때는 오동도에서 장군도로, 썰물 때는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2월 영등사리, 7월 백중사리 때에는 장군도와 돌산읍 사이 폭 100m 해협의 수면 위로 0.3∼0.5m³ 크기의 돌로 쌓은 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장군도 한쪽 해협에 수중성을 쌓은 이유는 뭘까. 수중성 명칭은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 장군도성, 장군성, 방왜축성, 방왜축제 등으로 다양하게 기록돼 있다. 장군도성이란 명칭은 조선 중기인 1531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장군도성 좌수영 앞 2리에 있어 수사 이량이 쌓았다’며 처음으로 존재를 알렸다. 이후 1864년 대동지지를 비롯해 여러 문헌에 장군도성으로 기록됐다. 조선 정조 때 발간된 이충무공전서에는 장군성으로 적혀 있다.

장군도성의 축조 시기 및 이유의 상세한 기록은 국보 304호 전라좌수영 건물인 진남관 입구에 있는 ‘이장군함천군휘량방왜축제비’(전남문화재자료 240호)에 남아 있다. 비석에는 1497년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량 장군(1446∼1511)이 왜구 침입을 봉쇄하고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장군도성을 쌓았다고 적혀 있다. 진남관과 장군도는 900m 떨어져 있다.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60)이 2014년 발표한 논문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의 장군도성 축조 과정 및 배경과 이량 장군’은 수중성 비밀을 한 꺼풀 벗겨줬다.

논문에 따르면 이량 장군은 1497년 왜구들이 장군도 해협을 통해 여수에 상륙한 뒤 고흥 녹동까지 휩쓸어버린 녹도왜변을 진압한 뒤 장군도 해협에 장군도성을 쌓았다. 현재 남아 있는 장군도성의 흔적을 보면 총연장이 100m, 하부 넓이 30m, 상부 넓이 10m로 추정된다. 높이는 가장자리 4∼5m, 중간지점 6∼7m으로 예상된다. 경사가 있는 장군도성을 쌓는 방식은 배에서 돌을 투하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송 실장은 “성을 축조하기 위해 15t 트럭 1200∼1400대 분량인 1만2000∼1만4000m³의 석재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 유일의 수중성으로서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수에서는 1990년대부터 거센 조류의 영향으로 장군도성이 훼손된 만큼 정밀 발굴조사를 한 뒤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수시는 그동안 장군도성에 대한 지표조사 등은 이뤄졌지만 고고학적 가치를 규명하는 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김병호 여수시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71)은 “장군도성의 규모 등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지만 왜구의 배가 통과하는 것을 막는 수중성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역사적 가치가 큰 만큼 문화재로 지정해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여수시#장군도성#수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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