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물량 한정적, 신분 확인도 부담”…‘이중고’ 약사 하소연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9일 12시 33분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News1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News1
“사람들은 약국에서도 마스크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약국에 온다고 다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마스크 1인 2매 제한이 시작된 지 4일째이자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에도 약사들은 바뀐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만 등을 현장에서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이번 정책을 통해 편중됐던 마스크 관련 업무가 분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약사들의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약국에서는 출입구를 막아놓고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약국 직원 김모씨(65)는 “아침 8시 반에 열었는데 10분도 안 돼서 사람들이 산더미처럼 왔다”며 “이렇게 막지를 않으면 업무를 못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약사 혼자 당직을 섰는데 마스크 문의 때문에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약국에도 마스크가 제한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비슷한데, 신분증 확인과 판매이력 시스템에 등록 등 절차도 복잡해지면서 마스크 업무에 쏟는 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여기에 바뀐 정책을 무시하고 구입하려는 일부 소비자들이나 단골들도 골칫거리다.

김씨가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을 막고 있는 와중에도 한 노인이 내일은 살 수 있냐고 계속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마스크를 구매할 시간이 오늘밖에 안 되는데 오늘 사지 못하면 언제 사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노인은 결국 돌아갔다.

김씨는 “우리는 사람도 잃고 인심도 잃고 일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부터 이러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약국에 마스크 5부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 News1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약국에 마스크 5부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 News1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사 박모씨(49)는 “어르신들 중에서 신분증 없이 그냥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며 “단골이라 얼굴은 알아도 시스템에 등록해야되서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특성상 단골 어르신들이 많은데, 정책이 나왔을 때부터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며 “(정부가) 정책을 잘 홍보해서 소비자들도 약사들이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적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약사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약국 약사 박모씨(72)는 기다림 방지를 위해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했다. 문제는 오전에 번호표를 나눠줘도 오후에 마스크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박씨는 “보통 오전 10시나 오후 2시에 들어오는데 정확히 언제 오는지는 항상 모른다”며 “하루에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이어 “번호를 나눠주는 것도 2중으로 고생하는 건데 (시민들이)마스크를 받지 못하기라도 한다면 욕까지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일부터 1인당 구매 한도는 1주 2매로 제한했다. 또 이날부터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월요일은 1·6, 화요일 2·7, 수요일 3·8, 목요일 4·9, 금요일 5·0인 사람만 구매할 수 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중에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마스크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 등 공인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약국에서는 마스크 중복구매 방지를 위해 신분증 확인 후 판매이력 시스템에 구매자를 등록해 관리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지난 8일 장애인을 제외한 마스크 대리구매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번복하고, 만 10세 이하 어린이와 만 80세 이상 고령자의 마스크 대리구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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