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개인 일탈 사례가 늘고 있다. 확진자들이 동선을 숨기고 난동,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할 때라며 방역당국의 지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방역당국에서 확진자나 자기격리자들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8일)보다 248명 늘어난 총 7328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이후 12일 만에 200명대로 떨어졌다.
◇“대구 간 적 없어” 거짓말 잇따라…신천지 일탈도 문제
주감염원으로 꼽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등 신규 확진자 확산세는 어느덧 횡보세로 돌아섰지만 개인 일탈 문제가 늘고 있다.
전날엔 대구에 거주하는 사실을 속이고 서울시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78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확진자는 병원 측이 대구에 방문한 사실을 여러 차례 물었는데도 이를 부인했다. 이 여성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했지만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6일간 서울백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실거주지가 대구라고 실토했다.
충남 천안에서는 ‘줌바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기준 확진자 90명 중 91.1%인 82명이 줌바댄스 강습과 관련돼 있다.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안 강사들은 유입통로로 추정되는 천안 전국 줌바 댄스 강사 워크숍에서 당시 대구 강사들과 접촉하고도 이런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유입 경로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웠지만 줌바댄스 강사 확진자 중 아무도 대구 강사들이 참석한 워크숍 사실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자신도 검사를 받고 싶다고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남 창녕군의 한 동전노래방의 경우 노래방 직원 확진자 A씨가 자신이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보건당국에 숨겼다.
주감염원으로 꼽히는 신천지 교인들의 거짓말에 이은 일탈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선 전날 신천지 교인인 67세 여성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며 난동을 부리다 붙잡히는 일도 벌어졌다.
◇“거짓말과의 싸움이 코로나 종식에 영향…자가격리자들에 세심 배려 필요”
이에 정부와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가격리자, 확진자의 일탈에 대해 고소·고발을 포함한 긴급 행정명령 등 강력한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몫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격리지침 이행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거짓말과의 싸움이다. 환자분들의 거짓말들을 어떻게 밝혀내느냐가 감염 질환의 유행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본인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많은 상황을 숨기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말아야 코로나19를 빨리 종식시하는 데 꼭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지호 경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서울백병원 환자의 경우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치료를 거부당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생명이 위험할지 모른단 공포 속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확진자로 자가격리 등 입원 대기하며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할 것”이라며 “그런 환자들을 줄이는 것이 일탈 행동을 줄일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공포나 불안이 너무 강해지면 비정상적인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좀 더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자가격리 시스템이 일탈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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