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사생활 침해 우려” VS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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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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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역에 마련된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0.3.3/뉴스1 ⓒ News1
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역에 마련된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0.3.3/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나이 등 개인정보와 이동경로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하느냐를 두고 일각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인권 침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공익이 우선이라는 반박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필요 이상의 (코로나19 환자)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환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확진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환자가 거쳐 간 방문 장소와 시간 등을 일정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모든 확진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되어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확진환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 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확진환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확진환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건당국은 이러한 국민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 또한 감안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감염환자의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환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있다.2020.3.9/뉴스1 ⓒ News1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있다.2020.3.9/뉴스1 ⓒ News1
현재 질병관리본부 및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날짜 및 시간대별로 확진환자의 이동 경로, 방문 장소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다. 제34조의2 제1항은 국민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공개하는 이동경로의 세부사항 등이 달라 일부 환자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신천지 교인 외에 일반 환자들도 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마포구청
사진=마포구청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감염병 분야는 개인의 인권과 권리 부분도 중요한데, 아무래도 외부효과라는 측면에서 ‘남에게 전염시켜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개인의 인권보단 공익적인 요인에 대한 걸 많이 강조하는 그런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높고 또 추가적인 환자를 빨리 찾아서, 빨리 조치를 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측면에서 (인권) 부분이 다른 공익적인 목적보단 좀 더 많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가 역학조사를 지자체로 이관을 하고, 저희는 주로 집단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니까 지자체별로 (동선 공개의) 기준들이 조금 차이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런 차이에 대한 세부 기준들을 만들어서 지자체에 권고하고, 교육을 통해서 동선 공개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최대한 불필요한 동선 공개나 인권 침해 같은 게 일어나지 않게끔 잘 관리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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