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못 사게 된 불법체류자들 “우리 마스크는 없어요”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9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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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등록증, 건강보험증 없는 불법체류자들은 마스크 구입 불가

정부의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불법체류자의 마스크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또 다른 감염 확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1인 1주 2개씩 주 중에 출생연도에 따라 지정 요일에 1회씩 구매 가능토록 하는 마스크 수급 대책을 시행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도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내국인처럼 주당 2개씩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불법체류 상태의 외국인은 사실상 마스크 구매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감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경기북부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규모는 별도로 추적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우나, 고용 규모 등을 추정할 때 최소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양주의 한 공장지역에서 불법 체류 상태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스리랑카 국적의 A씨는 능숙한 한국말로 “그동안 마스크를 살 수가 없어서 공장 사람들이 조금씩 구해줬는데 이제 못 사주게 됐다”며 “아직은 가져다 준 마스크가 있어서 괜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A씨와 동료는 사용기간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색된 방진마스크와 방한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치료 후 본국으로 추방될 것을 우려해 나름대로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스크의 위생 상태는 열악해 보였다.

인근에서 만난 네팔 국적의 B씨도 “약국에는 우리 마스크가 없다”며 “사장님이 준 마스크를 계속 빨아서 쓰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각 지자체와 경찰도 코로나19 사태 후 지역 내 불법체류자 밀집 지역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지만, 마스크 공급의 경우 식약처 등 중앙부처의 정책 결정이어서 별다른 해법이 없는 상태다.

양주시의 한 약국 관계자는 “전에는 공장 사람들이 대신 하나로마트 같은 곳에서 마스크를 구해준 것 같은데 이번에 공적 판매가 약국으로 바뀌고 나서는 외국인은 한명도 안 왔다”며 “외국인도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의정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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