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4시 경북 안동시 안동의료원 3층. 초록색 수술복과 파란색 치과용 마스크를 쓴 간호사 6명이 스테이션(업무공간)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든 방호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나같이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폐쇄회로(CC)TV 화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18개 병실 상황을 비추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환자들이 보였다. 간호사들은 틈틈이 화면을 살피며 병동을 드나들었다.
안동의료원을 비롯한 경북지역 공공병원 5곳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원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6일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김천의료원과 안동의료원, 영주적십자병원을 찾아가 코로나19 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간호사들을 만났다. ○ 베테랑조차 “감염될까 두려웠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좋으니 이 병원에 계속 있으면 안 될까요?”
지난달 24일 경북 김천의료원 32병동. 강해연 수 간호사(49)를 비롯한 의료진은 환자들의 호소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틀 전 의료진은 일주일 내 모든 병동을 비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32병동은 간호인력이 24시간 내내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다. 의료진과 정이 든 환자들이 많다. “집에 가고 싶지 않다”며 울음을 터뜨린 환자도 있었다.
강 간호사는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 나라가 안정을 되찾는다. 제발 도와 달라”며 환자들을 설득했다. 환자들의 협조로 사흘 만에 입원환자 55명을 모두 퇴원시키고 서둘러 시설개조를 마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질병이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올해 18년차인 박영숙 안동의료원 간호사(39)는 지난달 말 전담병원 지정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답답했다. 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감염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숨기려고 일부러 당당한 척했다”고 말했다. 이은선 영주적십자병원 간호사(27)도 “기사로만 접하던 코로나19 환자가 온다니 솔직히 처음에는 무서웠다”며 “막상 만나보니 다른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 탓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환자 돌보려 결혼식도 무기한 연기
간호사들은 개인 생활도 포기하고 환자 돌보기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20대 간호사는 1일로 예정된 결혼식을 일주일 전에 갑자기 미뤘다. 결혼 1년도 안 된 신혼의 이미선 영주적십자병원 간호사(27)는 남편과 ‘생이별’한 채 병원에서 숙식 중이다. 걱정하던 남편이 “그만두면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오히려 이 간호사는 “일단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남편을 설득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업무강도는 일반 환자의 2배가 넘는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식사 배달부터 화장실·병실 청소까지 온전히 간호사들의 몫이다. 1시간만 입어도 숨이 차는 방호복을 최대 4시간씩 입는 간호사도 있다. 방호복 수량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크다. 이은선 간호사는 “방호복 내구력이 약해 열쇠고리 같은 것에 걸리면 금방 찢어진다”고 했다. 코로나19 병세의 특성상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근무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래도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있는 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오늘 만난 환자가 ‘어제보다 몸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환자들의 ‘감사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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