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지출과 관련된 대부분의 항목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2만1000원)와 사교육 참여율(74.8%)은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다. 연간 사교육비 총액 역시 2009년(21조6000억 원) 이후 10년 만에 다시 21조 원대로 불어났다.
사교육 급증 현상은 ‘공교육 강화’를 내세운 현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은 25.4%에 이른다. 전임 이명박 정부(2008~2012년·6.3%)나 박근혜 정부(2013~2016년·8.5%)에 비해 단기간에 팽창한 형국이다.
● 사교육 살리는 공교육 정책
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사교육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교육 정책의 실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학생 교육부담 축소 △자율형사립고 및 외국어고 폐지 △정시 확대 △잦은 대입제도 개편 등이 오히려 ‘사교육 강화’라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얘기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급격한 사교육 참여 증가다. 2008년 이후 하락해 2016년 67.8%까지 떨어진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7년부터 ‘V자(字)’로 반등하면서 지난해 70%대 중반까지 올랐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학부모들이 현 교육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오른 것처럼 사교육비 관련 정책도 그 목표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목고 해체 같은 급진적인 교육정책이 학부모의 사교육 쏠림 현상을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아도 학업성취가 가능했던 자사고나 외고를 없애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사교육 업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최근 매년 하락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본 학부모들이 공교육 대신 사교육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중3 수학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판정을 받은 학생 비율은 11.8%로 지금까지의 평가 중 가장 높았다.
아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고 학생도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며 “정부가 실패한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교육 지출도 양극화
한편 사교육 부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사교육 참여율은 85.1%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반면 월 200만 원 미만을 버는 가정은 사교육 참여 비율이 47.3%에서 47.0%로 오히려 하락했다.
전국 시도별 사교육비 증가율은 충남(전년 대비 26.9% 증가), 세종(18.4%), 대전(15.0%) 등이 크게 늘었지만 전남(―4.8%), 충북(―0.6%) 등은 줄었다.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지역인 서울(45만1000원)은 가장 낮은 전남(18만1000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썼다. 이 격차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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