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 1호선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신천지 집단 감염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정부가 밀폐 지역 업종에 대해 코로나19 전염 예방을 해달라고도 주문했다.
◇시민들 “신천지만큼은 아닐 것…개인위생 신경써야”
인사동에서 길거리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김준영씨(31)는 “언제든 무더기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무덤덤했다”며 “수도권 확진자가 늘었다고해도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KF80 마스크를 내가 늘 쓰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콜센터 직원들이 마스크를 안쓰고 일했다던데 방침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회사 책임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종각역에서 마주친 이정환씨(28)는 “이번 콜센터 사태는 신천지 때만큼은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며 “직장이라서 그 사람들이 왔다갔다한 규모도 수도권 일대가 전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 확진자들은 전국 규모로 정보를 다소 숨긴 채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서 구로 콜센터 직원들은 동선을 알아보기 쉽다는 지적이다.
서울 관악에서 거주하는 이건희씨(28)도 “신천지 때는 숨고 방역에 협조를 안하는 상황이었는데 콜센터 감염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걸린 것이고 단체로 걸렸어도 방역에 잘 협조할 것 같아서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며 “지엽적으로는 확진자 수가 늘 수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끼고 손을 씻고 조심하고 있으니까 패닉이 오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위생에 더욱 신경써야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1월부터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적잖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크게 당황하거나 동요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차분히 대처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종각역 안에서 네일아트 매장을 운영하는 정모씨(40·여)는 “네일아트를 하니까 계속 사람들을 손으로 만지고 있어 더욱 조심하고 있다”며 “구로 콜센터 뉴스를 보고 겁부터 나긴 했는데 열차를 탈 때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영풍문고에서 마주친 함모씨(29)는 “신도림역이 콜센터 회사 근처에 있었다고 하던데 오늘도 1호선을 타고 와서 걱정이 되기는 한다”며 “지하철 탈 때 사람들이 앞뒤로 있으니 앞으로 마스크를 더 신경써서 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업종을 파악해 미리 전염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송파구에서 거주하는 김모씨(33)는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여럿이 붙어서 마스크도 끼지 못하고 일했다고 들었다”며 “이 같은 업종이 어떤 게 있는지 예방할 점은 무엇인지 정부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콜센터에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쓰고 음식도 나눠먹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감염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문제는 그곳이 신도림역이며 인구밀집지역에다 지하철 이용을 많이 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전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서울은 인구밀집도가 높아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신도림과 대림 쪽에 중국분들도 많고 지하철 통행도 많아서 서울 지역감염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콜센터가 PC방처럼 된 구조이고 계속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신천지의 예배처럼 전염이 쉽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신천지만큼 감염자들이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니니까 좀 더 관리는 될 것”이라고 봤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지역사회감염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라며 “산발적 지역감염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는 오랜 시간 밀접하게 접촉한 감염자들이라서 구로 콜센터 케이스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잘 관리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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