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센터마다 실업급여 신청 긴 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로나19 확산]
2월 지급액 7819억원 역대 최대
“코로나 탓 손님 없어 식당 그만둬”
“회사 도산 위기에 해고 통보 받아”
자영업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늘어

9일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센터의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800명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9일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센터의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800명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사장님이 ‘코로나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10일 서울 구로구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 창구 앞에 줄을 서 있던 A 씨(64·여)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냉면 전문점에서 일하던 A 씨는 지난달 일을 그만뒀다. 사장은 말없이 사직서를 내밀었고, A 씨도 받아들였다. A 씨는 “젊은 사장이 폐업까지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A 씨 뒤로도 150여 명이 서 있었다.

9, 10일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4곳은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동아일보가 현장에 나가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들이 상당했다.

노원구 북부고용센터의 실업급여 설명회장에는 9일 800명 가까운 실업자가 다녀갔다. 서울의 한 호텔 직원이었다는 감모 씨(59)는 “호텔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투숙객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선박을 운항하던 서모 씨(61)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배를 운항하려 대기하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회사는 코로나19 탓에 도산할 위기라더라”고 했다.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한 상담원은 “평상시 하루에 300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데 9일만 600명 가까이 왔다. 숙박업소나 음식점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담원도 “신청자 서류를 보면 ‘코로나19’란 단어가 빠짐없이 들어있다”고 했다.

실업자들은 실업급여를 계속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재취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동대문구 일식당 주방장이던 최모 씨(37)는 “식당이 지난달 폐업했다”며 “다른 식당도 ‘휴업 일보 직전’이라며 요리사를 새로 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용직인 곽모 씨(62)도 “인력시장에 가도 일감을 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센터에는 자영업자들이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고 방문하기도 했다. 9일 송파구 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선 학원장과 문구업체 사장 등 25명이 강의실에서 지원금 수급 절차를 받아 적었다. 센터 관계자는 “평소엔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한 문의가 없었는데 지난주에만 5000통 넘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7819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도 10만7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7000명이 늘어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에는 실업자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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