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들 “터질 게 터졌구나”…콜센터 집단감염에 전국 비상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3월 11일 10시 14분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출입문에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건물을 일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출입문에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건물을 일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전국 콜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근무하는 밀집된 근무 환경, 전화 상담이라는 업무 특성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10년 차 콜센터 상담원 A 씨는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번 구로구 콜센터 사례에 대해 “터질 게 터졌구나”라며 ”업무 구조와 콜센터 환경이 누구 한 명이 걸리면 전파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였기 때문에 예전부터 ‘분명히 언젠가 터질텐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근무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입에 천을 덧대고 말을 하면 고객한테 정확한 전달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8시간 동안 말을 하면 침이 많이 튀게 돼 마스크 위생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근무 환경임에도 비용 등의 문제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상 칸막이 높이 상향 등 조치도) 일단 비용 문제가 발생이 될 텐데, 원청이나 하청이나 누군가 책임을 지고 한발 나서서 움직였어야 되는데 현재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도 않고, 모든 부분을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전산 업무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점도 언급하면서 “자택에 전산을 가져오는 것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폭탄을 껴안고 불구덩이에 매일 뛰어든다는 느낌, 그런 심정으로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며 “모든 콜센터가 다 똑같은 실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원청이나 아니면 하청에서 강력한 방역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리고 이런 일이 터졌을 때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1차적으로 상담원들이다. 그 사람들의 피해에 대한 대책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7년 이상 콜센터에서 근무중인 또 다른 상담원 정성희 씨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콜센터 근무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정 씨는 “상담사들이 감기라든지 독감 등에 많이 걸리는데, 팀에서 1~2명이 걸리기 시작하면 3~4일 지난 뒤엔 반 이상이 기침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센터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담원 200~300명까지 한 층에 있는 경우들이 많다.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거리상으로 손만 뻗어도 닿는 거리”라고 말했다.

또 “상담 업무를 하면 급여가 그렇게 녹록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도시락을 챙겨서 오는 경우들도 있고, 상담사들이 상담 시간에 따라 2교대 또는 3교대로 점심시간을 가져서 식당을 가기에 애매한 경우들이 많다”며 “그럴 때는 안에서 간단히 먹는다.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업무 공유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확 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저희도 예방 차원에서 실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숨쉬기도 답답하고, 어지럼증까지 유발되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면) 고객들이 소리를 더 크게 내 달라고 불만을 얘기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목에 무리도 많이 가는 등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니까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상담할 땐 계속 벗게 되더라”라고 했다.

다만 정 씨는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 발생 이후 상담원 간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자리를 재배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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