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1일 오전 기준 94명(직원+가족)이나 집단으로 발생함에 따라 동종 콜센터 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통신사의 경우 114 번호 안내 서비스를 비롯해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등을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콜센터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콜센터 업무 마비로 사회 기능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더하다. 통신사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약 2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센터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직군 중 하나로 우려를 샀다. 직원들의 업무 좌석이 1m 내외로 간격 없이 배치돼 있고 업무시간 내내 ‘전화상담’을 하면서 말을 하다보니 비말을 통한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한 사무실에 수십명씩 모여 근무하는 형태여서 만약 코로나19 보균자가 있다면 순식간에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센터는 코로나19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Δ밀폐된 공간 Δ다수 Δ밀집 Δ지속적으로 말을 하는 환경 등 감염 위험 요소가 매우 높은 업무 환경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신천지의 경우 밀폐된 좁은 공간에 모여앉아 집단으로 예배하는 종교적 특성 때문에 집단감염이 우려됐었는데 콜센터는 신천지 집단감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이에 더해 하루 6~8시간씩 ‘장시간’ 근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천지보다 더 위험하다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콜센터는 다른 기업들처럼 ‘재택근무’를 하거나 업무를 잠시 중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에 나선데다 배달 등 비대면 생활편의서비스 급증으로 콜센터 이용수요가 평소대비 오히려 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사 재택근무에 돌입한 SK텔레콤이나 KT도 고객센터 등 콜센터는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리점 등을 통한 오프라인 상담이 줄어든 대신 통화품질이나 요금문의, 최근엔 단말기 구매까지 고객센터로 집중되는 경향에 따른 것이다.
또 콜센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직접 다뤄야 하기 때문에 만약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고객 개인정보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각 기업들이 운영하는 ‘고객관계관리’(CRM) 프로그램도 원격 접속이 쉽지 않다.
김우주 교수도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콜센터 업무가 상당히 감염 위험이 높은 직군이긴 하지만 병원처럼 콜센터 역시 사회적 필수기능의 하나로 봐야 한다”면서 “1339 콜센터처럼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운영되어야 하는 콜센터도 적지 않은만큼 병원 근무자들처럼 마스크 의무착용, 소독제 사용, 상시 발열체크 및 의심자 즉각 격리 등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이번 집단감염 사태가 “남 일이 아니다”라는 경각심을 갖고 방역과 예방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KT는 현재 콜센터 자회사 KT IS(수도권)와 KT CS(충청 이남)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예방 대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KT IS와 CS 사옥을 비롯해 직원 근무 공간을 매일 저녁 방역하고 있으며 콜센터 상담원 외 고객센터 관리자 및 사무 직원은 격일제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중이다.
KT IS는 “이미 코로나19 대응수준이 심각으로 격상됐을 때부터 1일 4회 직원 발열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전직원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만약 약간의 발열이라도 있을 경우 의무실-선별진료소로 즉각 연계하는 등 실시간으로 직원의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콜센터 내의 감염 예방을 위해 상시로 사무공간 방역, 개인위생 지침 등을 지키며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콜센터 자회사 ‘서비스에이스’와 ‘서비스탑’을 통해 12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임직원 건강을 위해 최대한의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관계기관의 정책에 맞춰 고객센터 전 임직원의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사용, 발열 체크, 건물 내부 수시 소독 등은 물론, 일부 특정 서비스 전담 상담직원에 대해서는 사무실을 이동시켜 근무하도록 조치하는 등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사 운영 콜센터를 전수조사하고 방역 체계를 점검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방통위는 통신사 고객센터에 대한 방역소독 및 상담사들의 근무현황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방역상황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섰으며 각 통신사 고객센터 본부장들과 함께 각사 고객센터 방역 현황 등을 논의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집단 감염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을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통신사는 각 고객센터에 대해 철저한 예방 활동을 실시하고 상담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현재와 유사한 상황을 대비해 상담사들의 재택근무 시스템 도입 및 확대방안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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