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들, 부탁해요”…약국서 입력해야 ‘마스크 재고’ 뜬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1일 17시 41분


정부의 마스크판매 요일별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약국에서 약사가 마스크 구입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News1
정부의 마스크판매 요일별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약국에서 약사가 마스크 구입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한 ‘마스크 대란’을 풀기 위해 정부가10일 오후 7시부터 ‘공적판매처 마스크 입고 및 재고현황 데이터’를 공개한다.

그간 정부가 공적마스크를 풀어도 정작 국민들은 어느 약국에 마스크가 얼마나 있는지 몰라 무작정 긴줄을 서고, 결국 허탕을 치고 그 과정에 고성이 오가며 사회적 갈등지수만 높아진 문제를 ‘데이터’로 풀겠다는 의지다.

이번 데이터 프로젝트의 성공의 관건은 ‘약국의 협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 약사들이 마스크 입고 및 재고 데이터를 정확하게 입력하지 않으면 이를 활용해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약사들의 힘이 ‘마스크 대란’을 풀 열쇠란 뜻이다.

더군다나 약국은 공적판매처 중 ‘마스크 데이터’ 공개의 첫 테이프를 끊는 곳이기도 하다. 공적판매처에는 약국과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가 속하는데 이중 우체국은 마스크 판매처 및 판매현황 등의 데이터를 취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잠정적으로 11일부터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고 농협 하나로마트의 데이터 제공은 아직 협의 중이다. 사실상 두곳은 명확한 데이터 공개 일자가 미정 상태란 뜻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마스크 데이터 취합을 하는 심평원 시스템에 이미 약국은 속해 있지만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는 이제 그 시스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체국은 비교적 빠른 11일쯤 심평원 시스템에 속할 수 있을 듯하지만 농협 하나로마트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그래도 농협 하나로마트 또한 데이터 공개의 동참까진 협의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약사들은 마스크 구매에 예민한 손님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데다 재고 기입까지 부담이 작지 않아 마스크 데이터 공개에 있어 반발도 적잖다. 약사들이 마스크 입고 및 재고현황을 명확히 기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규제할 방법도 없다. 약국들 중 마스크 수급에 있어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해당 약국들을 살펴보는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시스템화 돼있는 상태는 아니다. 결국 약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번 데이터 공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마스크 데이터 공개 관련 브리핑 첫머리에서 “구체적 내용 설명에 앞서 현장에서 코로나19 극복과 공적마스크 판매에 헌신적으로 동참하시는 약사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질의응답에서 ‘약국에서 재고 관련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을 경우, 준비된 대응 방안이 있나’라는 질문에 “약사님들께서 국민 여러분의 마스크로 인한 불편과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고 이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정확히 입력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약국을 포함한 공적판매처의 명확한 데이터 공개는 마스크 수급 관련 앱·웹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임으로써 기약없는 줄서기 등으로 지친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약사 등 공적판매처 관계자들의 피로도 또한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차관은 “국민들이 휴대폰이나 PC 등을 통해 포털, 개발자 등이 개설한 모바일 웹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앱을 다운로드해 마스크 판매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마스크 구입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마스크 재고 정보 공개의 수혜를 고령층,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까지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은 정부의 숙제다. 지난 5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국민 대비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9.9%였다. 특히 55세이상 고령층의 경우 64.3%에 불과해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앱·웹으로만 정보가 제공될 경우 이에 대한 정보 습득이 늦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안전 안내 문자처럼 보편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만한 방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 차관은 “현재 80세 이상 고령층은 마스크 대리수령을 허용하고 있는데, 지금으로썬 (고령층의 앱·웹 활용은) 대리수령 하는 분들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정보격차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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