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2m내 15분이상땐 전염될수도
말 삼가고 손잡이 잡은 손 씻어야
11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행 열차 안.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옆 사람과의 거리는 불과 5cm. 구로역에서 하차한 김영주 씨(31)는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며 “서울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가 이용한 지하철 정거장이 내 동선과 6개나 겹쳐 불안하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수도권 대중교통은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췄다”고 지적했다. 통상 2m 이내 거리에서 15분 이상 확진자와 접촉하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확진자와 지하철 6, 7개 정거장만 지나도 전염 가능성이 있는 것. 무엇보다 인파가 밀려드는 대중교통에서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대중교통 감염원은 역학조사를 해서 밝히기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노출력이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내 환기시설이 바이러스 전파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연구진이 올 1월 후난(湖南)성에서 발생한 버스 집단 감염을 조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승객 한 명이 4.5m 떨어진 다른 승객을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침방울)이 버스 환기구를 거쳐 멀리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을 타면 가급적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손잡이를 잡은 뒤 손을 잘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사지원·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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