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근무 콜센터’ 서울에만 425곳… 영세업체는 관리 사각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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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전국 740개 사업장 집단감염 우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수협중앙회 건물.

콜센터 현장 점검을 나온 서울시 공무원 A 씨는 이곳을 방문했다가 빈손으로 나왔다. 주소대로 찾아갔는데 콜센터는 마포구에 있었던 것. A 씨는 “가는 곳마다 콜센터가 아니라고 한다”며 허탈해했다. 10일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거 쏟아진 뒤 서울시는 긴급 콜센터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주소가 맞지 않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대구 콜센터까지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콜센터 같은 ‘고위험 사업장’의 방역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류센터나 PC방처럼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사업장으로 번지면 또 다른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고위험 사업장은 실태 파악도 만만치 않아 정부로서도 곤혹스럽다.

○ 콜센터, 방역 시급한데 점검도 쉽지 않아


한국고객센터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콜센터 운영업체는 전국에 740개 업체가 산재해 있다. 서울시는 425곳(57.4%)이 서울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콜센터는 집단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므로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설 폐쇄 명령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콜센터는 직원들이 밀접한 거리에서 일하는 데다 말도 많이 해 집단 감염의 위험이 크다. 11일에도 서울 종로구 라이나생명 텔레마케팅센터에서 근무하는 텔레마케터 1명이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자 라이나생명은 이 텔레마케터가 일하던 층을 아예 폐쇄했다. 같은 층에 있던 텔레마케터와 직원 140명은 모두 귀가 조치했다.

대형 콜센터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SK텔레콤은 콜센터 직원 6000여 명이 희망할 경우 모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도 12일부터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B홈쇼핑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나 정부기관 콜센터들은 상부 지침에 따라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가 11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활동을 벌였다. 수원=뉴시스
경기도가 11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활동을 벌였다. 수원=뉴시스
문제는 중소형 규모의 콜센터다. 11일 동아일보가 돌아본 서울의 소규모 콜센터 대부분은 여전히 별 조치 없이 영업을 이어갔다. 동작구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B 씨(25)도 평소처럼 출근길에 올랐다. 이 콜센터에는 300여 명이 근무한다. B 씨는 “직원들이 다닥다닥 벌집처럼 붙어 있어 한 명만 감염돼도 싹 다 옮을 수 있다”고 했다. 종로구에 있는 콜센터 직원도 “회사가 마스크 착용을 공지하고 손 소독제도 제공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중소형 콜센터들은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돌리기도 어렵다. 고객정보의 보안 문제로 재택근무에 필요한 장비가 없이는 개인 PC로 일하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외주계약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영세 콜센터들은 비용 부담이 큰 장비 마련이 불가능하다. 한 소규모 콜센터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이 적지 않지만 무작정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골치”라고 했다.

○ 또 다른 고위험 사업장도 화약고

콜센터가 아니어도 또 다른 고위험 사업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11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 택배 상품을 분류하는 컨베이어벨트 주위로 직원들이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바짝 붙어 작업했다. 하지만 30여 명 가운데 마스크를 쓴 직원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C 씨는 “마스크를 안 썼다고 지적하는 관리자도 없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뒤늦게 고위험 사업장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침 적용 대상은 노래방과 PC방, 클럽, 헬스장, 학원 등 밀폐된 환경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침방울 감염 우려가 큰 사업장들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콜센터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고위험 사업장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강도 높은 예방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제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위은지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집단 감염#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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