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콜센터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감염의 사각지대에 놓인 직업군을 가진 노동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번 콜센터의 경우, 평소 감염에 취약한 노동환경이 집단감염의 원인이라고 지목되고 있다. 수백명의 상담원들이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1m도 되는 간격으로 붙어 앉아 하루 종일 전화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원처럼 밀집된 공간에서 말로 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직업군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들과 수시로 접촉해야 하는 직업도 감염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원 A씨(35)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행한 뒤부터 하루하루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을 느낀다. 하루에도 100명이 넘는 고객을 대면접촉을 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A씨는 12일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면 ‘잘 안 들린다’고 불평하시는 고객도 계신다. 그렇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으면 고객도 저도 모두 불안한 상황”이라며 “일단은 은행 차원에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주고, 대책반을 구성해 지점 방역에 대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네마트 노동자들도 대중들에게 수시로 노출되는 직업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공간인 만큼, 동네마트의 이름은 확진자의 동선에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서울 중랑구 소재 동네마트에서 근무하는 B씨(34)는 “확진자 동선에서 마트가 뜰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라며 “누가 확진자인지 모르는 만큼, 고객이 마스크를 안 쓰고 매장 안에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마트 직원들은 마스크를 본사에서 공급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고객도 계시지만, 실상은 우리도 알아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마스크를 숨긴다는 오해의 눈초리를 받을 때는 서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페 종업원들도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32)도 “손님 10명 중 두 세 명은 마스크를 안 하고 오신다”면서 “주문하다가 기침하시는 분들을 보면 불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C씨는 또한 “요즘은 ‘○○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를 하는 손님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휴대전화는 손을 많이 타는 물건인 만큼 부담스러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택배 배송기사들도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직업군으로 꼽힌다. 서울 강북권 배송을 담당하는 D씨(32)는 “비대면 배송이 늘면서 고객과의 직접 접촉은 줄었다”면서도 “집하장에서 많은 택배기사들과 함께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가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보험설계사를 하고 있는 E씨(52)는 본인의 감염 위험과 고객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언제나 손세정제를 휴대하고 다닌다. 고객과 상담을 하기 전에 서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E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불안해하시면 상담 날짜를 미루기도 한다”며 “대면 상담을 꺼려하시면, 전화로 상담하는 등 미팅 전 고객과의 협의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방지 수칙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거캠프가 폐쇄되고, 선거사무장이 사망하는 등 ‘코로나19’가 선거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손 씻기와 올바른 마스크 착용하기 등 선거운동원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