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물결인데”…‘하루종일 다닥다닥’ 콜센터는 왜 예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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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2일 0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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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대전시청 120콜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 News1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대전시청 120콜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 News1
1미터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앉아 하루종일 상담을 해야하는 ‘콜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뇌관으로 떠올랐다. 다수가 밀집된 환경에서 일하는 풍토를 바꾸려면 재택근무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업계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원격 컨택센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IT) 기술과 보안 기술로 충분히 재택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데 기업의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민간 콜센터 폐쇄 검토’ 발언을 내놨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콜센터 재택근무 방안을 검토하라’는 발언을 했지만 업계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심각’ 수준으로 상향된 지난 2월24일부터 잇따라 ‘전직원 재택근무’를 결정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은 예외다. 콜센터업계는 이에 대해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위험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콜센터 직원들은 통화하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하며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화상담시 본인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이름, 주소 등 민감한 개인신상정보부터 금융 콜센터의 경우 계좌정보, 잔액, 이체현황 등을, 통신사의 경우 가입 요금제, 가입기간, 가족 결합 여부까지 광범위하고도 민감한 정보를 다루게 된다.

만약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면 이 정보들을 콜센터 직원이 자신의 ‘집’에서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경우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회사 시스템을 열어줘야 하고 심각한 ‘보안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보안전문가는 “주민등록번호는 반드시 암호화 해 보관해야 하며 이를 열람할 때는 권한이 부여된 직원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열람할 수 있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정돼 있다”면서 “콜센터 직원들을 재택근무 시키려면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콜센터 직원 자택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열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정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종단간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상담원이 집에서 근무하려 해도 장시간 전화상담을 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독신이거나 소음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이 있지 않는 한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재택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고객과의 상담 과정에서 ‘고객관리시스템’(CRM) 등 기업 내부 기간시스템과 연동이 불가피한 부분도 재택근무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상담원 보호를 위해 콜센터 통화시 의무적으로 통화를 녹음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 부분 역시, 현장이 아닌 자택에서 근무할 경우 녹음이 되지 않는 등 법 위반 상황이 된다. 콜센터 업계 특성상 직원의 이직이 잦아 보안시스템 유지, 관리도 쉽지 않다.

반면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주장은 기업이 그간 콜센터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컨택센터솔루션 전문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는 A씨는 “가정에 컴퓨터, 초고속인터넷, 전화기만 있으면 가정이든 어디든 원하는 장소에서 ‘콜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이 이미 상용화 된 지 오래”라면서 “비용도 저렴하고 자동응답(ARS), 녹취, 통계 정보와 같은 기능을 지원하며 미 응대콜 관리를 위한 전화번호 추적 및 보관, 문자 발송, 콜백 기능도 함께 제공하는 저렴한 솔루션이 많다”고 설명했다.

A씨는 특히 “24시간 시스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생길 시 즉각적인 고객 응대가 가능한 ‘원격 콜센터’ 기술이 이미 충분한데 기업들이 이런 기술적 투자를 하지 않고 콜센터 직원들을 무조건 현장으로 불러모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 콜센터처럼 위탁 콜센터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영세 기업에서 더욱 심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실제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이같은 원격 콜센터 기술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장애인이나 임산부 등의 재택근무에 활용하고 있다.

KT의 콜센터 자회사 KT IS와 KT CS는 10여년 전부터 장애인을 채용해 이들이 현장에 출퇴근 할 필요없이 집에서 전화상담을 할 수 있도록 보안플랫폼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임산부들도 재택근무를 원할 경우 해당 시스템을 설치해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아예 KT보다 한발 더 나가 콜센터 직원 희망자들은 누구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전격 허용했다.

SK텔레콤은 “기 구축된 가상사설망(VPN)과 가상데스크톱(VDI) 기술을 통해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원격(재택) 콜센터 업무가 가능하도록 이미 기술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면서 “현재 콜센터 직원 6000명 중 25%인 1500명이 재택근무를 희망해 우선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지만, 추후 희망 직원이 늘어날 경우 관련 솔루션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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