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삼우제도 못갔다” 흐느낀 대구환자…광주의사는 두손 잡고 “힘 내시라”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22시 50분


5일 오후 3시 반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52병동. 이 병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53명이 치료를 받는 격리 의료시설이다. 회진을 돌던 의사 서정성 씨(50)는 울고 있던 60대 남성 환자를 보고 당황했다. 그는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 환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흐느끼기만 했다.

서 씨는 3, 4분 동안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환자의 옆에 서 있었다. 잠시 후 환자는 “평생을 함께하던 아내가 숨을 거뒀다. 오늘이 삼우제인데 가지 못했다. 너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서 씨는 환자의 손을 잡았고 “힘을 내시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 씨는 “아내의 마지막 길을 보지 못했다는 사연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회진할 때마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했다.

광주 남구의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서 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광주 지역 간호사 7명과 함께 대구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매일 오전에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심환자 검체 채취를 하고 오후에는 대구동산병원에서 진료했다. 그는 회진을 돌면서 대구 환자들에게 “몸은 괜찮소. 잉~”이라고 특유의 사투리를 쓰며 다가섰다. 환자들은 “오셨소. 잉~” “와따, 와 부렸소”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화답했다. 또 “대구에 병원을 차리면 단골이 되겠다. 완쾌하면 광주로 놀러가겠다”고 했다.

환자들은 서 씨에게 음료수 등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했지만 병동 물건은 외부 반출이 금지돼 받을 수 없었다. 환자들은 그 대신 서 씨와 휴대전화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결의를 다졌다. 환자들은 광주에서 온 의사를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했다.

서 씨는 52병동 환자 53명 중 대부분은 중경증인데, 치료 시간이 길어질수록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그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어주려고 했다. 이제 공중보건의가 많이 보충돼 의사 부족에는 숨통이 트였지만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12일 밤 광주로 돌아왔다. 서 씨는 “익숙하지 않은 방호복을 계속 입고 있어 온몸에 땀띠가 났다.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86)가 아들을 애타게 찾으신다고 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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