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내놔야 하는데…” 코로나19가 바꾼 봄 이사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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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3일 08시 55분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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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박모씨(42·청주시 가경동)는 다음 달 새 아파트 이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새 집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하루라도 빨리 내놔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속 외부인을 집으로 들이는 일이 영 개운치 않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린 두 자녀라도 없다면 그나마 위험(?)을 감수할 테지만, 학교와 유치원이 모두 개학을 연기한 상황에서 매번 아이들을 피신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부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 일을 미뤘다. 박씨는 “당장 다음 달 입주를 계획했었는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에 발이 묶이게 생겼다”면서 “그렇다고 집을 내놓는 즉시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 공인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씨(48·청주시 율량동)는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고객 수가 뚝 끊긴 데다 간혹 매수 의사를 가진 이들이 방문해도 매도인 측이 집 공개를 꺼리면서 알선 자체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종종 집주인이 거래를 의뢰한 집에 방문했다 임차인에 쫓겨 집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사람 발길이 아예 끊긴 것도 문제지만, 당장 집을 팔거나 구해야 하는 급한 사람들은 집 공개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더욱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고 한두 푼도 아닌 목돈이 드는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영상으로만 보고, 계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거래는 아예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봄 성수기를 맞은 충북 청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지난 1월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40%까지 빠졌다.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한 지난달 기준 거래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청주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2808호로, 전달(4715호)에 비해 1907호(40.4%)나 감소했다.

거래규모별로 전용면적 20㎡ 이하가 103→62호(39.8%), 21~40㎡ 108→98호(9.3%), 41~60㎡ 1270→585호(53.9%), 61~85㎡ 2789→1834호(34.2%)로 각각 줄었다.

윤창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도지부장은 “지난해 말 정부 부동산 대출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시장이 멈춰섰다”면서 “회원들 모두 폐업 위기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간혹 매물이 나와 마스크를 쓰고 나서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방문 자체를 꺼리면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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