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는 있지만 여전히 사기 어렵다’…‘마스크 5부제’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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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3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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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마스크 5부제’가 13일로 시행 닷새째를 맞았다. ‘마스크 5부제’가 한 바퀴 순환하면서 현장의 반응도 속속 모이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공적마스크를 출생연도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만 1인당 1주 2매씩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구입하는 방식이다. 주말에는 주중에 사지 못한 경우에 한해 구매 가능하다.

우선 소비자들의 반응은 ‘살 수는 있게 됐지만, 여전히 사기 어렵다’였다. 마스크 구매 수요가 분산되며 ‘허탕’을 칠 확률을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개선돼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박모씨(60)의 마스크 구매일은 금요일이다. 박씨는 이날 오전 약수터를 가는 길에 들른 동네 약국에서 줄도 서지 않고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박씨는 “예전엔 아침부터 줄 서도 마스크를 못 사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은 바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고모(36)씨도 전날(12일) 오후 회사 앞에서 5분 정도 줄을 선 뒤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고씨는 “여전히 줄은 섰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밝혔다.

물론 모두가 이들처럼 마스크를 살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 광화문 직장인 홍모씨(45)는 이날 점심시간에만 네 번 허탕을 쳤다. 마스크 포털정보에서 재고가 있다는 정보를 확인 후 약국을 찾았지만, ‘공적 마스크 매진’이라는 안내문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포털에서 이 약국에 마스크 수량이 100개 이상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오후 4시 이후에나 판매한다고 했다”며 “마스크 판매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개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해소됐다고 하는데, 실상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은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을 묻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오기 때문이다. 마스크 문의를 하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약국 앞에 관련 Q&A를 만들어 붙인 약국도 있을 정도다.

서울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씨(38)는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 번호표는 나눠주는지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 아직은 적응기인 것 같다”고 했다. 기자와 대화하는 5분 남짓 동안에도 정씨의 약국에는 마스크 관련 문의를 하는 손님이 두 명, 전화는 세 통이 왔다.

마스크를 1인당 2매까지만 판매하다 보니, 5매 묶음으로 들어온 제품은 약사가 일일이 소분해서 판매해야 한다. 정씨는 “마스크를 일일이 나누는 수고로움은 둘째 치고, 소분한 제품의 위생을 우려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손님들이 있다 보니, 곳곳에서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소재 약국에서 근무하는 송모씨(32)는 “내 할당량을 못 샀다고 마스크를 내놓으라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 광주시에선 약국에 마스크가 떨어지자, 60대 남성이 낫을 들고 약사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약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단체채팅방)에는 이 같은 경험담을 담은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양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씨(33)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공급이 부족해서 매번 전쟁을 치른다. 반면, 수요가 적은 곳은 마스크가 남아도는 실정”이라며 “마스크 입고 수량 관리만이라도 약국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마스크의 재고량을 알리는 포털정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소비자와 약사 모두에게서 나왔다. 직장인인 고씨는 “직장인의 경우 시간을 내서 마스크를 사러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알리미’ 서비스에 약국별 판매 시간이 표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주변에 아이 때문에 소형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도 있는데, 회사 주변 약국에선 중·대형만 팔아 난감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종류별 재고 현황도 함께 표시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약사 이모씨(39)도 “판매 개시와 완료 등을 약국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으면, 손님들도 헛걸음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며 “한 주 경험했으니,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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