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1)이 조건부 보석 허가를 받고 석방됐다. 2018년 10월 27일 구속 수감된 지 503일 만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임 전 차장에 대한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 그동안 임 전 차장은 격리되어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해 임 전 차장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다소 감소했다”며 “일부 참고인들은 임 전 차장의 공범이 별도로 기소된 사건에서 이미 증언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임 전 차장에게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3억 원 납입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지 제한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의 연락 금지 △출국 시 법원의 허가 등 5가지 보석 조건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3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10일 보석심문에서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 14일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윤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했지만 관련 재판 기간은 1심의 구속 기한(6개월)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은 이례적으로 16개월 이상 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아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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