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에 다닥다닥 예배당 “중소교회도 멈춰야 산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6일 16시 50분


목사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을 포함해 40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3.16/뉴스1 © News1
목사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을 포함해 40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3.16/뉴스1 © News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 집단감염을 통한 확진자가 총 환자의 8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경기 성남 소재 ‘은혜의강’ 교회에서 또 다시 무더기 감염이 발생하면서 교회에서의 집단감염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체 누적 확진자 8236명 중 80.7%인 6647명이 집단감염으로 인한 확진자라고 밝혔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구로구 소재 콜센터 등 집단감염으로 발생한 환자 수는 계속해서 80%선을 넘나드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 지역에서도 중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또 다른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지역 대부분 교회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이후로 예배를 인터넷으로 대체하고는 있지만, 일부 교회들은 여전히 현장예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날(15일) 강남구 신사동 광림교회가 현장예배를 재개하는 등 서울 지역 몇 교회들이 예배를 진행했다.

그나마 대형교회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예배당 규모가 크고, 예배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눠 진행하면서 ‘교회 내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교회들은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비접촉 체온계나 손소독제를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혜의강 교회 같은 중소형 교회는 상황이 다르다. 신도가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수십명 규모인 중소형 교회들은 예배를 주말에 하루 한 차례, 많아도 두 차례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인들의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예배당이나 교회 건물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고, 상가 건물 등에 입주한 경우가 많아 대형교회에 비해 공간 여유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은혜의강 교회도 상황이 비슷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이 교회는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한 상가건물 두 층을 쓰고 있었고, 작은 공간에서 100여명 정도가 모여서 예배를 봤다. 또 교회가 이용하던 두 층 중 한 층은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교회들이 별도 교회 건물을 가지고 있기보다 상가에 입주해 있는 사례가 많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은혜의강 교회처럼 신도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있는 경우, 같은 상가에 입주해 있는 인접 점포나 시설 관계자들에게 코로나19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 감염 분야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중소형 교회에서 예배를 멈출 때라고 거듭 조언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종교계를 설득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예배를 못하게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저해하는 행동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종교단체 지도자를 만나서 협조를 구하는 등의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3주차쯤 접어들면서 효과를 많이 봤다고 판단한다”며 “4주까지는 유지하면 감염 차단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집단유행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게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질까봐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필요하다면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으로도 예배를 멈춰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어느 정도 행정권을 동원할 수 있다”며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코로나19가 또 다시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짐이 콜센터와 교회 등을 통해 보이는 만큼 강력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집회 금지’ 적용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예배 자제 협조 요청 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는 집회 등을 금지하는 조항들이 있다”면서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계속 위험도를 평가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종교행사의 경우 닫힌 공간에서 참석자 간 밀접접촉이 발생해 확진자 발생 규모가 크다”며 “이런 집단 행사는 감염병 대량 확산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개최하지 않거나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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