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호평 받은 ‘드라이브 스루’…“생물테러 대응법 응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6일 22시 11분


아이디어 낸 인천의료원 김진용 과장

뉴스1
31번 환자의 확진 판정을 계기로 대구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달 20일. 대한감염학회 정책 태스크포스(TF)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 긴급 요청이 올라왔다. 대구로 급히 내려가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효율적으로 코로나19를 검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SOS를 보낸 것이다.

메시지를 본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생물테러 발생 시 약품 배분 방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생물테러가 벌어지면 밖에 머무는 게 가장 위험하다. 이 때문에 생물테러 훈련에서 의료진은 차를 몰고 온 시민에게 약품을 전달한다.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김 과장은 “2년 전 생물테러 훈련 때 약물배분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질본)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신속히 검사하는 동시에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질본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15일 기준 전국 약 70개소로 확대됐다. 국내 진단검사 속도나 효율성이 알려지면서 각국도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주요 거점 지역 약국, 소매 체인 등에서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번 레벨D 방호복을 갈아입지 않아도 돼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 근무 경력이 있는 의사 무라나카 리코(村中璃子) 씨는 “검체 체취 때마다 보호구를 매번 교체하지 않아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창문을 내릴 때마다 의료진과 피검사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이 갖는 효율성을 감안해야한다고 반박한다. 김 과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매번 방호복을 갈아입기가 힘들뿐더러 그렇게 할 만큼 장비가 풍족하지도 않다”며 “장갑을 이중으로 착용한 채 상시 교체하고 소독하면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보완한 새로운 검사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은 ‘글로브-월(Glove-Wall)’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리벽을 사이에 놓고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영아를 돌보는 인큐베이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료진과 피검사자 사이에 유리벽을 설치하는 방식. 의료진은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검체를 채취한다. 의료진과 피검사자의 동선도 분리했다. 직접 접촉을 피할 수 있어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도 의료진이 부스 안에 있는 피검사자를 검사하는 ‘감염 안전 진료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부스 안에는 음압시설과 자외선램프가 설치돼 있다. 의료진은 투명한 부스에 부착된 글러브를 이용해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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