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학 연기, 재택 근무, 집단 모임 자제 등 국민의 협조로 코로나19의 큰 불길은 잡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냥 지속할 순 없기 때문이다. 다음달 초 학교가 문을 열고 일상 복귀가 시작되면 잠잠해진 확산세가 반등할 우려도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9·11 테러 이후 안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듯이, 코로나19 이후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뀔 것”이라며 생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공감하고 쉽게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효성을 갖는 기간을 앞으로 2, 3주로 보고 이달 안에 구체적인 생활 방역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 곳에 모여 공동 작업을 선호하는 근무 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면 보고나 회의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이 같은 공간에 모이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증상자가 유입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무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열 등 건강산태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면 쉰다’는 문화도 확산돼야 한다. 특히 병가를 쓸 때 진단서를 의료기관에서 받아오도록 하는 것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병원의 과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손잡이나 키보드처럼 사람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것도 습관화돼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나 휴지 등을 위생적으로 버릴 수 있도록 닫힌 형태의 쓰레기통을 두는 것을 제안할 정도로 세심한 매뉴얼을 제시한다.
학교는 새로운 유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유행 때도 학교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학생들의 밀집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점심도 식당이 아닌 교실에서 먹도록 해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체육이나 음악 수업 등 학생들이 가까이 접촉하는 수업은 연기하는 것이 권고된다.
종교행사를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강제 금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배 등 집단 행사를 재개한다면 마스크 착용, 2m 이상 거리두기 등을 준수해야 한다.
다음달 총선에서도 생활 방역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편 투표(사전 투표)를 하거나 아침 등 덜 붐비는 시간을 이용해 접촉을 최소화 할 것을 권고한다. 투표소에서도 각 투표함의 거리를 최대한 넓히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이동제한, 영업장 폐쇄 등 강제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국민의 자율적인 생활 방역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달 초 환자가 급증했던 대구가 강력한 봉쇄 조치 없이도 시민 의식으로 확산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4월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구체적인 생활 방역 지침을 정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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