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WHO 리더십이 흔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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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확산 추세가 매우 가파릅니다. 각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55·사진)은 13일 “유럽이 이제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인 12일 WHO는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했죠. 1948년 WHO 창설 이래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전국을 봉쇄하고 식료품점과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영업을 중단시켰습니다. 스페인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주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동을 제한한다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전 국민이 음식과 약 구매, 통근, 은행 일, 간병 등 목적이 있을 때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 처방입니다. 군인과 경찰은 공공장소와 거리를 순찰하며 봉쇄 조치를 위반하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전국의 음식점과 카페, 영화관 등 다중 이용시설의 영업을 금지했습니다. 각급 학교에도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오스트리아는 17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문을 닫게 하고 5명 이상의 행사나 모임도 금지했습니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권고하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스포츠 행사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프로농구(NBA) 경기가 중단됐습니다. 유럽의 축구 리그들도 멈췄습니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일정도 안갯속입니다.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도 취소설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는 좌불안석입니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세계 질병 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입니다. 그는 에티오피아 보건장관과 외교장관을 역임하고 2017년 7월부터 제8대 WHO 사무총장을 맡은 인물입니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지휘관으로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습니다. 중국 편향적 발언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느슨한 대응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더 세이프핸즈 챌린지(the safehands challenge)’라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본인이 직접 11단계로 나눠 손을 씻는 모습을 담은 2분짜리 영상입니다. 그는 이 손 씻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며 방탄소년단, 빌 게이츠 등 여러 나라의 유명인들을 지명했습니다. 이들이 최소 3명의 다른 사람을 지명해 동일한 챌린지를 할 수 있도록 당부했습니다. 2014년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했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그의 제안에 세계 각국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느닷없는 뒷북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보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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