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범죄예방 디자인의 진화
양주시 ‘안심마을’ 범죄 10% 감소… CCTV 등 감시 시설 증설 위주에서
주민 참여활동 유도 등 영역 확대… 항만 주택가 등 지역 맞춤사업 실시
경기 양주시 봉암리 복지회관 일대에는 최근 폐가 21채가 철거되고 대신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섰다. 동네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지고 도로와 담장이 새롭게 정비됐다. 가로등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뀌어 야간에도 거리가 한층 밝아졌다. 주민 김진희 씨(35·여)는 “한밤에도 주변이 환하다. 혼자 걸어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양주시는 봉암리 등을 대상으로 안심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디자인을 통해 범죄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이 적용됐다. 그 결과 범죄 발생률이 10% 이상 줄었고 주민 만족도는 96%에 달했다. 양주시 관계자는 “폐가 철거를 위해 집주인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고 주민들의 표정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17일 ‘범죄예방 도시환경디자인 기본계획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범죄예방 도시환경디자인 조례에 따라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범죄취약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물리적인 환경변화가 범죄를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125억 원을 투입해 ‘안양3동 범죄예방사업’ 등 26곳의 사업을 진행했다.
반면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지역 안전 활동에 참여해 물리적인 환경 개선과 함께 정서적인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범죄를 예방하는 자율순찰대를 만들거나 지역 환경을 직접 개선한다. 식물을 가꾸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골목길 담벼락에 화분 및 작품이 걸린 갤러리월을 설치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마을 게시판을 설치해 소식지, 홍보물 등을 게시하고 매월 두 차례 벼룩시장 등을 열어 범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경기도 관계자는 “물리적인 환경 변화를 추진한 결과 범죄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이 크게 줄었고 폐가, 쓰레기 방치 등도 사라졌다. 동네 애착도도 높아졌다”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는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과 섬 등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추진된다. 그동안 범죄예방디자인은 주로 도시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됐다. 이 때문에 일부 가이드라인 등은 농어촌 지역의 실정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대신 농어촌에 필요한 마을안전지도를 만들고 농어촌 취약 구역을 정비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주로 발생하는 사기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마을 경로당 등에서 수시로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주변 시야가 차단되는 침엽수나 가로수도 정리한다. 또 주택 경계에 투시형 울타리를 설치해 건물을 안팎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섬과 해안 지역에선 그동안 배후 주거지역의 노후화로 절도 방화 살인 등의 강력범죄가 이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의 기능에 따라 일반인에게 공개된 구역과 접근 규제 구역을 명확히 표기하기로 했다. 또 야간 해상낚시와 수영, 산책 등은 가급적 자제하도록 한다. 밝은 가로등 등을 설치해 해안가 실족 등의 안전사고도 예방한다. 산책로에는 유도등과 보행자등을 설치해 산책로를 걷는 주민과 방문객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인다. 손임성 경기도 도시정책관은 “올해도 5개 시군을 대상으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을 추진한다”며 “범죄로부터 안전한 지역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