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외 도피 21년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5)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18일 열린 정씨의 공판기일에서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401억여원의 추징금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소위 한보사태로, 우리나라가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던 상황에서 주식 600만주가 금융권,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되거나 압류당하자, 정씨와 대표이사 등이 공모해 한보그룹 채권자를 해할 의도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횡령·도피한 금액이 미화 3257만달러, 한화로 약 329억원 상당이고,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스위스 비밀계좌까지 동원해 지분 20%를 매각해 차액 6070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며 “그 후 철저한 자금세탁을 거쳐 2100만 달러의 처분권을 확보해 2차 범행 여건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도피중에도 남은 7.1% 주식도 헐값에 매각해 도피자금으로 활용했다”며 “범행의도, 수법을 고려해 징역 12년, 추징금 401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최후진술에서 “동아시아가스 주식회사(EAGC)가 보유중인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매각 사건은 당시 제가 미처 정신을 차리고 챙겨 볼 여유가 없던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그런 이유로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고 그 결과로 기약 없는 도피생활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피생활 속에서 제가 저지른 어리석은 잘못을 끝없이 반성하며 지냈고, 지금도 하루하루 참회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죗값을 치르고 가족 품에 돌아가 열심히 살면서 가족과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후진술을 하면서 중간중간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정씨는 당시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루시아석유 주식 27.5% 중 20%를 러시아의 시단코회사에 5790만 달러에 매도한 뒤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 32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1월 자신이 실소유주인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66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린 혐의로 정씨를 추가기소했다. 이로써 정씨의 총 횡령액은 386억여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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