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감염 걱정 없어”…부산 공중보건의, 이동형 코로나19 검사 장비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17시 21분


부산의 한 공중보건의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체 채취를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18일 부산 남구보건소에 따르면 안여현 의무사무관(41)이 ‘이동형 음압채담부스’를 만들었다. 현재 병원, 보건소에서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는 검체 채취 후 바이러스나 세균을 없애는 데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 의료진이 방호복을 갈아입는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40여분 만에 한명씩 검사를 받고 있다. 안 사무관은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면서 의료진과 시민 모두 자칫 대기 중 2차 감염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평소 병원 내 감염관리 문제에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설계도를 그린 뒤 한 벤처기업의 도움으로 장치를 만들었다.

안 사무관이 개발한 장치는 음압 부스에 의심 환자만 들어가고 의료진은 밖에서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환자와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1회용 장갑만 바꿔가며 검사를 이어갈 수 있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공기 순환이 매우 빨라져 환자 대기 시간을 대폭 줄였다. 안 사무관은 “기존 선별진료소는 음압기기에 의한 공기 순환율이 시간당 12~13회 정도지만, 이 장치는 순환율이 시간당 400회 이상이어서 5분 정도면 음압부스 내 바이러스와 세균이 사멸된다”고 말했다. 바퀴를 달아 소규모 집단 감염 현장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남구보건소는 최근 대구 북부보건소에 의료진을 파견하면서 이 장치를 함께 제공했다. 효율적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과 부산 수영구·중구 보건소에도 쓰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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