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등 해외에서 들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공항 방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입국 당시 공항에선 문제없이 귀가했다가 며칠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이어져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 북구에 사는 A 씨(44·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한 특별검역대상인데도 공항에서 걸러지질 않았다. 열흘 동안 유럽여행을 다닌 A 씨는 영국에 머무르던 11일부터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12일 귀국하며 공항검역소에 “증상이 있다”고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발열검사 당시 정상체온이 나온단 이유로 아예 검사조차 하질 않았다. 결국 아무 조치 없이 귀가한 A 씨는 다음날 인근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3일 오전 11시반경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유학생 B 씨(26)도 마찬가지다. 공항 검역과정에서 발열검사에서 정상체온이 나왔다는 이유로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항을 나선 뒤 기침과 오한 증상을 느낀 B 씨는 다음날 고양시 일산동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양시 관계자는 “B 씨는 이탈리아에서 왔기 때문에 특별검역대상이었다. 공항 방역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믿었는데 그냥 무사통과한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공항에서 여러 차례 검사를 했는데도 잡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국 유학생 C 씨는 14일 오후 3시반 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C 씨는 약간의 기침을 하는 등 다소 이상 증상을 보여 공항검역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입국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검역소에 격리되기도 했다. 하지만 C 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15일 오후 9시 집으로 갔다.
C 씨는 “서울 송파구 집으로 귀가한 뒤에도 계속 기침 증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불안함을 느낀 그는 인근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결국 C 씨는 17일 확진됐다.
이런 사태가 이어지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17일 입국한 유학생 이모 씨(23)는 “최근 인후통 등이 있어 건강상태질문지에 증상을 적었다. 하지만 정상체온이 나온다며 별 조치 귀가시켰다”고 했다. 15일 독일에서 귀국한 24세 남성도 “두통이나 오한 증세를 느꼈는데도 열이 나지 않으면 선별진료소에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항에서 발열증상이 아니더라도 입국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선제적인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경란 성균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증상만 보고 판단하면 경증 환자를 놓칠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도 선제적으로 살펴야 해외에서 감염병이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항 방역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루 1만3000여 명이 국내로 들어오는데 공항검역소 전체 직원은 535명뿐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온 감염자 가운데 공항검역소에서 확진 받은 경우는 11건에 그친다. 서울시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 서울시 확진자 270명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는 10%(27명)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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