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와상 중증 환자만 모여 있는 병실 구조로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접촉이 많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모두 75명이다. 16일 이 병원 간호과장이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13일부터 인후염과 구토, 근육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 그동안 출근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17일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등 의료진과 행정직을 포함한 71명과 입원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오후 간호사 8명과 간병인 7명, 행정직 2명 등 1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18일 오전 환자 57명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나머지 환자 60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추가 검사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잠복기를 감안하면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 병원을 코호트(집단) 격리 조치했다. 확진을 받은 종사자 가운데 4명은 입원, 10명은 생활치료센터 입소 조치했다. 나머지 종사자 3명과 확진 환자 57명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는 합동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첫 확진을 받은 간호과장의 감염 경로와 병원 내 전파 원인을 집중 파악하고 있다. 치매 전문병원인 한사랑요양병원은 지하 1층, 지상 7층에 210개 병실 규모다. 2, 3층과 4, 5층으로 나눠 병동 2곳을 운영한다. 2, 3층 병동은 주로 중증 환자가 입원했다.
이 병원은 1월 28일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가족 면회를 제한했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달 10일경부터 일부 직원들은 코로나19 증세를 보였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대구 서구보건소의 1차 조사에서 확인됐다.
김종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요양병원의 환자는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이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 (밀접 접촉자인)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면 업무에서 빠지고 빨리 검사를 받아야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 북구 배성병원 8명, 수성구 수성요양병원 4명, 시지노인병원 1명, 동구 진명실버홈 1명 등 요양병원 4곳에서도 14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이 나왔다. 이 가운데 배성병원은 집중 관리하고 있다. 확진 환자들은 대구의료원에 이송하고 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던 병동은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대구시는 13일부터 요양병원 67곳과 사회복지시설 330곳 등 397곳을 코로나19 고위험군 집단시설로 판단하고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곳 의료인과 환자 등 3만3628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 중이다. 18일까지 30%가량 조사를 완료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격리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라며 “신속하게 진단 검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요양병원 같은 고위험군 시설을 서둘러 전수조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감염원이 뚜렷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집단 확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요양시설 종사자 및 간병인으로 일하는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은 약 1600명이다. 대구시는 병원 운영 과정에서 감염 예방 관리법을 위반한 사항이 있으면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의 증상 발현 시점을 보면 시설 책임자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의심 환자를 모니터하는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나머지 전수조사에서 추가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기자 jang@donga.com
박성민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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