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에도 중간고사 특강 강행하는 학원들…학부모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16시 31분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교 개학이 2주 추가 연기됐지만 학원은 오히려 다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시내 학원·교습소 2만5231곳 중 25.5%인 6371곳만이 휴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학원가의 모습. 2020.3.18/뉴스1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교 개학이 2주 추가 연기됐지만 학원은 오히려 다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시내 학원·교습소 2만5231곳 중 25.5%인 6371곳만이 휴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학원가의 모습. 2020.3.18/뉴스1
“어머님, 이번 주부터 학교별 내신반을 시작할 거예요. 민준이(가명)도 올 거죠?”

고1 학부모 A 씨는 18일 자녀가 등록한 학원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이날은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A 씨는 그동안 아이를 한동안 학원에 안 보냈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학교 개학이 더 미뤄진 마당에 이런 연락을 받으니 황당했다.

A 씨는 “학교가 시작도 안 했는데 내신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나요? 중간고사 안 볼 수도 있잖아요?”라고 물었다. 학원은 이렇게 답했다. “중간고사가 없어지면 기말고사에 전 범위를 볼 거예요. 그때 다 준비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만약 중간고사가 수행평가로 대체되면 정성평가라 어찌 나올지 모르는데 기말고사를 더 잘 봐야 하지 않겠어요?”

교육부가 개학을 2주 추가로 연기한 가운데 일부 학원이 중간고사 특강을 열고 있다. 중간고사 범위는커녕 중간고사를 볼지 안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원들은 학부모에게 ‘내신 특강’ 홍보를 하고 있다. “개학하자마자 시험을 보니 지금 대비해야 한다”,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면 기말고사가 전 범위라 지금부터 공부해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학원은 개학이 연기된 2주 동안 오전이나 낮 시간을 활용해 집중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유명한 A 학원도 17일 일대 학교별로 특화된 내신반 시간표를 공지했다. ‘XX고 국어 내신반’ ‘OO고 영어 내신 만점반’ 같은 식이다. 그나마 이 학원은 다음주부터 4~16회 정도로 나눠 주 1, 2회씩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강의한다. 학교 개학 뒤에도 이어가기 위해 평소 학원 시간대에 하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B 학원은 18일 ‘1학기 기말 만점과 수능 대비를 위한 2주 수학 집중반’ 개강 소식을 공지했다. 24일부터 화~ 금 낮에 3시간씩 실시한다.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 기간에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만큼 낮 시간에 집중 수업하겠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학원도 휴원이 길어지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이제는 학습 결손을 우려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가 시작도 안 했는데 ‘내신 특강’까지 추가하는 학원들의 모습에 “코로나19 휴원 손실을 이걸로 메우려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부모 B 씨는 “특강 전화를 받고 못 하겠다고 했더니 학원에서 ‘이렇게 압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아쉽다’고 했다”며 “학원이 어려울 것 같아서 이미 낸 수강료 환불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학부모 C 씨는 “학부모들이 학원을 옮길까봐 두려운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아직 학교도 안 갔는데 내신 준비를 하자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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