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조금나루 마을 ‘수호신’ 400년 팽나무 압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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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21일 1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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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 공동 재산인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원송현마을의 400년 넘은 팽나무가 세무서와 군으로부터 압류당했다. © News1
마을회 공동 재산인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원송현마을의 400년 넘은 팽나무가 세무서와 군으로부터 압류당했다. © News1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지내며 시골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 온 당산나무는 어떤 연유로 압류를 당했을까?

20일 전남 무안군에 따르면 4㎞가 넘는 긴 백사장에 울창한 송림까지 겸비해 천혜의 해수욕장으로 불리는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조금나루’ 인근 400년 넘는 수령의 팽나무가 세무서와 군으로부터 압류당했다.

압류는 2014년 실시돼 당산나무는 벌써 7년째 묶여있는 신세다.

이 팽나무는 1623년 인조반정을 피해 이곳에 들어온 김모씨 일가와 얼마 뒤인 1636년 맹모씨 가족이 마을에 터를 잡아 살게 되면서 뒷산에 심어졌다고 전해진다. 팽나무는 마을의 신목(神木)으로 자리잡아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주민들이 한 데 모여 당산제를 모셔왔다.

당산나무의 돌봄 때문인지 8개 성씨가 집성촌을 이룬 이곳은 서로 싸우거나 원한을 품은 적이 없을 정도로 화목하게 지내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개발 바람이 불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2005년 기업도시 유치 일환으로 마을 주변 조금나루 유원지에 통합의학단지 건설이 추진되면서 모 건설회사가 마을회 총유재산이던 3필지 2만4683㎡를 13억원에 샀다.

당시 마을회 소속인 94가구는 각 1000만원씩 9억4000만원을 나눠 갖고, 나머지 3억6000만원은 세금과 경비에 사용하기로 했다. 양도소득세가 2억2636만원 정도 예상돼 남은 돈으로 납부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014년 마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납부한 줄만 알았던 양도소득세 체납고지서가 마을회 앞으로 날아왔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나눠 가진 1000만원에 대한 지방소득세도 집집마다 고지됐다. 개인이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을회에서 납부할 양도소득세가 납부되지 않은 것이다.

결산서에는 2006년 3월6일 납부된 것으로 돼 있어 체납사실을 주민들은 알지 못했다. 현재 가산금을 포함하면 관할 목포세무서에 내야 할 양도소득세가 5억원이 넘는다. 또 무안군에 납부해야할 지방세도 5000만원이 넘어 섰다.

체납이 계속되자, 관할 목포세무서와 무안군은 2014년 유일하게 남은 마을 총유재산인 당산나무가 위치한 임야 3필지 1382㎡를 압류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토지분 재산세는 2012년, 소득세는 2014년부터 체납됐다”며 “마을재산이라 압류된 토지에 대해서는 공매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목포세무서는 “체납이 계속돼 마을공동 소유인 토지를 압류했다. 나무 또한 토지에 정착물로 압류에 포함된다”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공매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체납과 압류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거래를 주도한 마을대표 4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마을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각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A씨는 “미납된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선 마을주민들 다수가 나서서 소송을 벌여야 하지만 주민들이 대부분 80~90대 고령인데다 혈연, 지연으로 얽혀 있어 재판 참여가 쉽지 않다”며 “주민들을 계속 설득해 체납세금을 납부하고 압류된 당산을 되찾아 마을 정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평온했던 마을은 수억원의 세금폭탄과 주민들간 송사로 흉흉해졌다.

(무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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