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애플 창업자 잡스 만난 당시 삼성 회장 이병철 “IBM에 맞설 인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美 IT기자 케인 ‘삼성 라이징’ 출간… 애플 라이벌 부상까지 뒷이야기 담아
한국어판은 5월에 나올 예정

1983년 11월. 28세의 애플 창업가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도착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공항에서 그를 맞았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그의 꿈인 ‘태블릿 PC’ 부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변덕스럽고, 끊임없이 말하고, 때로는 무례하기까지 한 캘리포니아 키드’를 맞은 것은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은 73세의 이병철 삼성 창업주였다. 미국에서 삼성은 ‘Sam-suck’(삼성에 최악이라는 구어를 붙인 말)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조악한 가전 회사 정도였지만 잡스는 한국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고 삼성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잡스는 ‘미래는 모바일에 있다’고 쉬지 않고 얘기했고, 이 창업주는 45세 어린 미국 청년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고 한다. 잡스가 접견실에서 나가자 이 창업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IBM에 맞설 인물이 될걸세.”

1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출간된 ‘삼성 라이징(Samsung rising)’(사진)의 저자 제프리 케인 기자는 숙명적 라이벌이 된 애플과 삼성의 첫 만남을 이같이 적었다. 케인 기자는 2009년 미국 타임지 한국 특파원 등을 지낸 정보기술(IT) 전문 기자다. 삼성 라이징은 ‘대체 삼성이 무엇이기에 애플의 라이벌이 됐나’라는 미국의 질문에 대해 미국 기자가 취재해 쓴 책이다. 부제는 ‘삼성이 애플을 넘어 테크 시장의 강자가 된 내부 이야기(The Inside Story of the South Korean Giant That Set Out to Beat Apple and Conquer Tech)’.

삼성과 애플의 인연은 2005년 도약기를 맞는다. 잡스는 삼성의 낸드 플래시를 보고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 삼성이 갤럭시S를 출시하며 애플과 삼성은 라이벌 관계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삼성의 지배구조 및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국어판은 5월에 나올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 라이징#제프리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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