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입국자 몰려 검사역량 과부하
무증상자 자가격리로 방침 바꿔… 해외發 확진자 2차감염 사례도
국내 입국 많은 美, 환자 4만 넘어… “전수조사 확대를” 목소리 커져
22일 하루 동안 유럽에서 한국으로 온 내외국인 1444명 중 1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한 첫날이다. 유럽에서는 매일 1200명가량이 한국에 오고 있어 신규 확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럽에서 오는 무증상 내국인에 한해 자가 격리 후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격리 시설에서 검사를 받고 귀가시키는 방침을 이틀 만에 바꾼 것이다.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유럽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 11명과 무증상자 8명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무증상자 106명의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23일 입국자 1203명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입국자의 약 90%는 내국인이다.
해외에서 감염된 후 국내에서 2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이날 50대 부부와 20대 여성 등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17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23일 확진된 20대 환자의 가족이다. 서울에서는 영국에서 돌아온 뒤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성(16)의 동생(15·여)이 추가로 감염됐다.
최근에는 미주 지역에서 들어오는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미국의 학교에 다니다 23일 귀국한 여성(28)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다. 24일 현재 미주발 확진자는 3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현재 북미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은 유럽발 입국자의 두 배 규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미국은 아직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유럽보다 적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대책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검역 역량은 벌써부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2, 23일 유럽발 무증상 입국자는 임시생활시설 8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려 유증상자와 무증상자가 같은 공간에서 대기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공항에서의 장시간 대기로 입국자들이 겪는 불편과 감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는 24일 오후 2시부터 유럽발 내국인 무증상자에 대해 ‘자가 격리 후 검사’로 방침을 바꿨다. 입국 후 3일 내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조건이다. 하지만 무증상 입국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유럽 입국자가 상당히 많아지고 다른 국가에도 검역 절차를 적용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항 내 검역 지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형 검역 부스인 ‘워킹스루(walking through)’ 선별진료소를 이르면 26일 오후부터 운영한다. 작은 부스 형태의 공간에 환자가 들어가면 의료진이 비대면 상태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이동형 진료소다. 소독시간이 줄어 1명당 10∼15분 정도 걸리던 검사가 5∼7분으로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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