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가상화폐로 거래 감추고 ‘현금 던지기’로 추적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박사방’ 야쿠자-마약조직 수법 사용
입장료로 다크코인 ‘모네로’ 받아… 비트코인과 달리 출처추적 힘들어
공범이 현금 환전뒤 특정장소 감춰… 또다른 공범 시켜 찾아오게 해
집에서 현금 1억3000만원 발견… 2018년 말 범행중 봉사활동 병행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은 ‘박사’란 별명처럼 용의주도했다. 그는 범죄조직을 흉내 내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했다. 일본 야쿠자가 선호한다는 ‘다크 코인’으로 입장료를 받거나 마약 거래에 쓰는 ‘던지기 수법’으로 돈의 흐름을 감추려 했다. 박사방을 함께 운영한 ‘직원’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 회원 입장료, 다크 코인 ‘모네로’로 출처 감춰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빈은 텔레그램에 유료 대화방을 만든 뒤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곳에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올렸다. 먼저 ‘맛보기 대화방’으로 회원들을 유혹한 뒤, 더 끔찍하고 자극적인 자료를 볼 수 있는 유료 대화방으로 이끌었다.

유료 대화방의 회원들에게는 가상화폐로 ‘입장료’를 받았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도 받았지만 주로 ‘모네로’라는 가상화폐로 받았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모네로는 범죄에 최적화된 가상화폐”라며 “거래 기록이 남는 비트코인과 달리 전송 과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장료를 받는 방식도 주도면밀했다. ①회원들이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인 A사에 모네로 구매를 의뢰한다. ②A사는 모네로를 구입해 회원에게 다시 전달한다. ③회원은 구매한 모네로를 박사가 지정한 거래 주소로 전송한다. ④박사방을 함께 운영하는 직원이 거래소 등에서 현금으로 바꾼다.

금액도 대화방 등급별로 다양했다. ‘1단계 단체방’은 액수에 상관없이 모네로를 전송하면 초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동 성 착취물 등을 공유하는 ‘2단계 자료방’에 들어가려면 60만 원어치의 모네로를 거래 주소로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 여성 신상정보까지 공유해 또 다른 범죄도 조장한 ‘3단계 극강보안방’ 입장은 약 150만 원어치의 모네로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경찰은 20일 압수수색을 통해 A사와 거래한 회원 명단을 확보했다. A사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고 했다. A사에 구매 대행을 맡긴 회원은 1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주 국내 가상화폐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에도 수사 협조 공문을 보냈다. 직접 가상화폐를 구매해 전송한 회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환전·전달 따로 두고 여러 경로로 현금 전달


조주빈은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현금을 넘겨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바꾼 직원 강모 씨는 종이봉투나 비닐봉지에 담아 옮겼다. 이 현금을 직원 김모 씨가 거주하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소화전에 넣어 뒀다. 그러면 김 씨가 현금을 편의점 택배나 계좌이체 등으로 조주빈에게 보냈다. 때로는 조주빈이 인천 자택 주변에 직원들이 ‘던지기’한 현금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던지기는 마약조직이 주로 쓰는 수법이라고 한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아파트 가스계량기 등에 마약을 놓아두고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2010년대 초 퀵서비스나 택배로 마약을 거래하던 마약사범이 줄줄이 검거된 뒤 생겨났다고 한다.

경찰은 16일 검거 당시 조주빈의 자택에서 현금 1억3000만 원을 발견했다. 당시 조주빈은 “나는 박사가 아니라 직원이다. 돈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경찰은 이후 조주빈의 계좌에서도 수천만 원을 추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의 공범인 ‘직원’ 가운데는 현직 공무원도 있었다. 2016년 일반직으로 임관한 천모 씨는 지방의 한 시청 교통행정과에서 근무해 왔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구특교·박종민 기자


#박사방#모네로#조주빈#텔레그램#아동 성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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