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4년 영국 런던에서는 원인 모를 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당시 사람들은 공기가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장기설(Miasma Theory)’을 믿었다. 오염된 공기를 악령과 같이 표현한 당시 그림은 전염병의 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환자와의 공기 접촉을 차단하는 전염병 해결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염병으로 도시 전체가 절망감에 물들어 가고 있을 즈음 당시 의사였던 존 스노가 나섰다. 그는 지도에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표시했고 이들이 식수원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음을 발견했다. 당시 기술로는 콜레라균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이 같은 노력은 무모하고 막연한 행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한번 잡은 실마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숨을 걸고 전염병에 걸린 환자의 집을 방문해 의심되는 식수원의 물을 마셨는지 확인했고 지도의 표시가 늘어갈수록 식수원과 전염병이 연관돼 있다고 확신했다.
공기 대신 물로도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병인론(Etiology)’이다. 현대 의학의 탄생으로 기억되는 이 사건의 바탕에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 홍수 속에서 살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직접 발로 뛰며 데이터를 수집해 손으로 표기하는 스노의 모습에서 이질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스노의 해결법은 당시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환자들의 식수 섭취 여부를 확인해 얻은 데이터를 지도에 표기하며 빅데이터화시켜 얻은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스노의 노력에 버금가는 뉴스가 있다. 바로 독자 기술로 만든 환경 및 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 2B호가 정지궤도 안착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천리안 2B호는 20여 일간의 비행 끝에 이달 6일 목표 정지궤도인 고도 3만5786km, 동경 128.25도에 안착했다. 정지궤도 위성은 항상 지구상의 같은 장소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의 흐름이나 기상 상태를 연속적으로 수집해 기상의 변화를 감시하고 예측하기에 유용하다.
미세먼지 원인 규명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발사된 천리안 2B호에는 물체가 빛에 반응하는 파장 정보를 세분화해 그 성분을 검출하는 ‘초분광 영상’ 기술을 활용한 초정밀 광학관측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 20개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를 하루 8차례 측정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의 민낯을 밝힐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말하듯 국내와 국외의 원인이 모두 존재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국외 미세먼지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니 더 나아가 국민들이 실제 숨 쉬는 위치의 데이터를 확보해 지역별로 정확한 현재 미세먼지 정보와 상세 예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천리안 2B호의 발사가 미세먼지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국내 미세먼지 예보 발전과 대응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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