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해남-부안군 공동 추진 합의… 국내에 450여기 가마터 존재 추정
2022년 정기총회서 등재여부 결정
지난해 11월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고려청자 요지(窯址·가마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청자 선별장과 초벌구이 벽돌 가마가 발굴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선별장은 개별 가마에서 생산한 청자를 한곳에 모아 고른 후 폐기한 장소를 말한다. 선별장 주변 1000여 m²에서 수만 점의 청자 조각이 나와 최고급 청자를 납품하기 전에 선별했던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확인된 초벌구이 전용 벽돌 가마(일명 만두요)는 벽돌과 기와를 이용해 구축한 원형의 형태로 발굴됐다. 발굴조사단장인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장은 “고려시대 비색(翡色) 청자를 완성할 수 있었던 비법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전남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고려시대 서해에서 난파된 군산 십이동파도선과 완도선, 태안 마도 1호선에서 찾은 해남청자 25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회였다. 해남청자는 고려청자의 다양한 빛깔 중에서 녹갈색을 띠는 특징이 있어 녹청자로도 불린다. 고려 장인들은 철분이 많은 바탕흙 위에 나뭇재로 만든 잿물 유약을 발라 자연스러운 흙빛과 녹갈빛이 감도는 독특한 색을 만들어 냈다. 전시회는 해남청자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 전북 부안군이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 자치단체들은 최근 강진군청에서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고려청자를 세계에 알리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는 1994년에 추진됐다. 강진군이 등재를 신청해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등재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나 25년 넘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번 협약은 자치단체 단독 추진으로는 등재가 어려운 데다 공동으로 추진하는 최근의 세계유산 등재 추세에 맞춰 3개 자치단체가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명칭도 ‘한국의 고려청자 요지’로 정했다.
국내 고려청자 요지는 450여 기로 추정된다. 이 중 90%가량이 강진과 해남, 부안 등 세 지역에 있다. 대부분 국가사적 및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세계유산 공동 추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진에는 사적 제68호로 지정된 ‘강진 고려청자 요지’ 100기와 전남도지방기념물 제81호로 지정된 ‘강진 삼흥리 도요지’ 5기를 포함해 총 105기의 요지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해남에는 사적 제310호인 ‘해남 진산리 청자 요지’ 100여 기와 전남도지방기념물 제220호인 ‘해남 화원면 청자 요지’ 80여 기 등 총 180여 기의 요지가 있다. 지표조사 결과 조사된 미지정 요지까지 포함하면 200기가 넘는다.
부안에는 사적 제69호로 지정된 ‘부안 유천리 요지’ 45기와 사적 제70호로 지정된 ‘부안 진서리 요지’ 40기 등 총 85기가 있다. 부안군은 지난해 6월 유천리 요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초반 사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청자 가마 2기를 새로 찾아냈다.
3개 자치단체는 올 10월 고려청자 요지 세계유산추진단을 구성하고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제출한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 심의에서 세계유산 우선목록 등재 대상으로 선정되면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지조사와 평가가 진행된다. 이후 2022년 6월에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신청 대상 시설이 보편적 가치와 완전성을 보유했는지가 중요한 만큼 3개 자치단체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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