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경제 고려 전면적 입국금지는 유보… 해외 확산 계속땐 봉쇄카드 꺼낼듯
정부가 4월부터 모든 입국자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한 건 일부 지역에 한정된 현재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 미국 외에도 인도와 동남아 등 다른 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상찮아서다.
정부는 특히 외국인 단기 체류자도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사실상 ‘입국 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대신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브리핑에서 “공익과 국익 차원에서 전면적인 입국 금지보다 입국 제한이 상호 간에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면 경제 위축이 우려되고, 우리 국민의 해외 활동도 제약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외국인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도 이런 판단의 배경이다. 29일 현재 해외 유입 확진자 412명 중 내국인이 91.5%(377명)를 차지한다. 이날 새로 확인된 해외 유입 41건 가운데서도 40명이 내국인이다. 입국 금지 같은 봉쇄정책 대신 방역망을 촘촘히 하면 외국인 감염자로 인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의료계에선 해외 유입 감염원을 최소화해야 방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선 의료진 일에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중에 국내에서 치료를 받기 위한 피난성 입국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단검사와 자가 격리자 관리 등 한정된 공공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외국인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유럽과 미국 등 특정 지역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검사 역량을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정신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전수조사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해외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 정부도 입국 금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과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외국인 입국 금지에 대한 검토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면 지역별 확산세에 따라 인구당 발병률이 높은 곳을 우선 막는 방안이 거론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 입국을 제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진단검사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의 확산세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항에서의 검역, 외국인 격리시설 수용 능력 등에 한계가 온다면 일시적인 외국인 입국금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앞으로 2주 동안이라도 국내 유입되는 바이러스의 총량을 줄여야 한다”며 “문을 다 열어 놓고 모기를 잡는 식의 방역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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